[스타트업-ing] 한의학과 기술의 접목으로 진료 효율 높이는 ‘헬리큐어’
[IT동아 김동진 기자] 그간 긴 역사를 지닌 한의학 분야에 기술을 접목, 정밀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은 없었다. 한의학은 환자의 개별 증상에 대한 종합적인 관찰로 진단과 처방이 이뤄져 데이터를 정량화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의원의 긴 진료 시간으로 다음 환자가 오래 대기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환자 증상 정보를 정량적으로 측정·평가할 도구를 만들어 진료 효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한의학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계승하기 위해서도 기술 접목이 필요했다. 이에 한의학 전문가들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임상데이터 기반 한의학 전문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었다. 조성옥 헬리큐어 대표를 만나 플랫폼 개발과정을 비롯해 어떤 기능을 담았는지 들어봤다.
한의학 최초 전문 헬스케어 플랫폼 ‘예진’ 개발한 기업 ‘헬리큐어’
헬리큐어는 한의학 분야 최초의 전문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2016년부터 한의학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법인을 설립했으며, 2022년에는 홍릉강소특구 특화성장 지원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이후 2023년 홍릉강소특구의 지원 속에 환자의 증상을 수집하는 ‘문진’ 과정을 온라인으로 구현한 솔루션 ‘예진(YE-JIN)’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예진의 베타서비스를 거쳐 올해 1월 서비스를 정식 출시했다.
조성옥 헬리큐어 대표는 “한의사가 진단·치료 시 병증을 변별하는 변증(辨證)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한의학은 환자의 개별 증상에 대한 종합적인 관찰로 병을 진단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일관적이고 체계적인 진단을 위해서 변증의 객관화가 절실했다”며 “헬리큐어 설립자인 양웅모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와 함께 한의학적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2016년부터 시작했다. 한의사로서 20년 가까이 쌓은 경험도 활용했다. 그 결과 올해 한의학 분야 최초의 전문 헬스케어 플랫폼 ‘예진’을 정식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헬리큐어가 개발한 한의학 전문 헬스케어 플랫폼 ‘예진’의 주요 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증상 수집을 위한 설문 ▲한의사가 변증 분석에 활용할 디지털 진단 기능 ▲한의학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처방 추천 기능 ▲처방 후 자동으로 발송되는 피드백 관리 등이다.
조성옥 헬리큐어 대표는 “환자 개개인의 증상에 따라 종합적인 관찰로 진단을 내리는 한의학 특성상 진료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한의원에서 긴 대기 시간으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이유”라며 “한의사용 헬스케어 플랫폼 예진은 한의사의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돕는다. 예진을 사용하는 한의사가 방문 대상인 환자에게 카카오톡으로 온라인 문진표를 보내면, 환자는 자신의 신체적 특징과 증상, 복용 중인 약 등을 온라인으로 기재한다. 병원을 방문하기 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문진표를 작성한 후 의사가 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이후 환자의 증상 정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진료에 활용한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배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헬리큐어가 2016년부터 체계적으로 수집한 한의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된 시스템이 한의사가 환자 병증을 판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임상 데이터를 통해 구축한 빅데이터로 증상에 따른 정확한 한약 처방도 추천한다. 진료가 끝난 후에도 예진 솔루션으로 환자의 차도가 어떤지 의사에게 지속적인 피드백도 제공한다. 예진으로 진단하고 처방받는 환자가 늘어날수록 임상 데이터는 쌓여가므로 서비스는 더욱 정교해진다. 후학을 위한 체계적인 지식과 노하우 공유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시행착오 극복해 최초의 한의학 전문 헬스케어 플랫폼 개발 성공
헬리큐어는 한의학 분야에 기술을 활용, 정밀 의료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인 헬스케어 기업이다. 이 기업은 최초의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선행 지표가 없어 시행착오를 경험하기도 했다.
조성옥 대표는 “초기 개발 시 한의학적 증상에 대한 표준용어가 없었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도 전무한 상태였다. 수많은 한의학적 정보가 있었지만, 데이터로 사용할 수 없었다. 환자의 증상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기 위해 코드화 작업부터 시작해야만 했다”며 “수천 년간 누적된 방대한 한의학 관련 문헌부터 최근 수많은 자료까지 모두 집대성해야 하는 기나긴 여정을 거쳤다. 무려 3년여간 수많은 인적자원을 투입해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성공했다. 이후 알고리즘 개발, 파일럿 스케일(Pilot Scale) 제작, 신뢰도 검증을 위한 임상시험, 자가학습 기술 개발 및 시스템 UX/UI 디자인 구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노력 끝에 예진 플랫폼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예진 솔루션을 선보이기까지 만만치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솔루션을 사용한 한의사들이 헬리큐어 기술 덕분에 환자들에게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했다고 피드백을 줄 때, 특히, 초보 한의사들이 예진으로 진료에 자신감을 더했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더 많은 한의사가 예진으로 진료에 자신감을 더하고 환자들이 그 결과에 만족하도록 솔루션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예진 솔루션의 한의 진단 의료기기 허가가 절실하다. 현재 AI 및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진단 의료기기 시장에 한의학 관련 품목 자체가 없는 상태다. 한의학 소프트웨어에 대한 심의 기준도 없는 가운데 기술의 특성과 소프트웨어의 구동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한의디지털융합센터, 한의산업진흥협회, 대한한의학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기관 및 단체가 공동으로 소프트웨어 진단의료기기 분야에서 한의학 관련 품목 신설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예진 솔루션 고도화 박차…"한의학의 장점 세계에 널리 알릴 것"
헬리큐어는 올 하반기 기본적인 ‘예진’을 넘어서 비염, 피부 질환, 비만 등 특정 질환별 특화 서비스와 치료 클리닉용 서비스를 담아 솔루션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조성옥 대표는 “예진에 여러 서비스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 데이터도 쌓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헬리큐어는 예진을 한의학 발전뿐만 아니라 국민건강과 예방의학에 도움을 줄 개인용 자가관리 앱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가정용 헬스케어 솔루션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 추세에 있다. 이미 헬리큐어는 개인용 헬스케어 앱 개발을 시작했다. 한의학 분야 최초의 정밀 의료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답게 데이터 한의학 시대를 열어 한의학의 장점을 강화하고 세계에 한의학을 널리 알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헬리큐어의 행보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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