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까지 무분별 요청… 동원 장병 수 10년새 15배 폭증 [채상병 순직 1주기]
인권위에 부당 호소 진정 다수
논란 커지자 지원 요청 철회도
해병 순직사고 이후 우려 고조
대민지원 안전수칙 강화 나서
강제성 부족한 ‘훈령’으론 한계
‘상관 처벌’ 法개정 작업 등 진행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이후 대민지원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군이라는 이유로 국가적 재난이 아닌 상황에서도 동원되거나 준비 없이 위험한 구조, 수색 작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과도한 대민지원 동원 문제와 더불어 지난해 개정된 국방 재난관리 훈령에 따라 안전수칙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인명사고가 발생했던 해병대는 해병대 안전규정을 새롭게 제정했다고 밝혔다. 해병대 관계자는 16일 세계일보의 질의에 “안전규정은 해병대의 인적, 물적 자원에 대한 안전 제고 업무와 시행에 필요한 사항으로 지휘관의 책무나 해병대 안전관리위원회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전규정뿐만 아니라 대민지원 시 위험요인 분석, 안전대책, 보호장구 등을 명시한 ‘대민지원 유형별 안전대책’과 ‘현장조치 매뉴얼’을 작성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병사가 위험한 작업에 투입되지 않도록 재해재난 상황 발생 시 수행업무, 임무 유형별 작전개념 등을 구체화한 ‘제2신속기동부대 임무수행 핸드북’을 작성해 활용하고 있다. 재난신속대응부대로 지정된 해병대 1사단은 도서·연안 지역 피해복구 및 인명구조·수색 지원이 임무로 명시돼 있는데 채 상병 사고처럼 경험이나 장비가 없는 부대가 수중수색에 투입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핸드북에는 수중수색 부대는 IBS 운용 부대와 수색부대, 상륙장갑차대대로 한정했다.
군 법무관 출신 심제원 변호사(법무법인 여기)는 “채 해병 사건에서도 사단장, 대대장, 중대장 등 지휘관들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논란이 있었는데 법률에 규정하면 명확해질 것 같다”며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현역 병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취지의 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미 직업군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험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군의 특성상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잘못된 지시나 명령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징계도 할 수 있고 다른 법령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처벌법을 만든다면 사고 책임을 국가보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관석 변호사(법무법인 공유)는 “통상적인 군사활동 중에 발생하는 사고에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법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대민지원 시 안전지침을 어기거나 지휘관의 재량을 벗어나는 경우는 처벌을 강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구현모·유경민·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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