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해외 전력반도체를 경계하는 이유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2024. 7. 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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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외국산 선호 추세…소부장 클러스터 형성 부산, 中기술 세계화 등 벤치마킹
정부·지자체 정책적 지원을
최윤화 제엠제코 대표이사

필자는 칼럼을 통해 전력반도체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전력반도체는 우리나라에서는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전략물자이다. 전략물자란 국가가 전쟁을 위한 군수물자처럼 특별관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업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미국 회사를 쉽게 살 수가 없다는 의미다.

전력반도체는 발전소 송배전이나 그린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에도 적용되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거의 다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한전은 송배전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를 중국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중국이 한국에 판매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전력반도체가 없어 블랙아웃(특정 지역에서 대규모로 전기가 끊기는 현상)이 올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산업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어 전력반도체의 내재화는 필수다.

전기차가 활성화되면 수송용 화물차도 전기로 구동하게 될 것이다. 전기차 구동의 핵심은 배터리에서 나오는 직류 전류를 교류 전류로 바꿔 주는 인버터안의 전력반도체다. 현재 현대, 기아자동차의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는 대부분 수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류 수송이 대부분 화물 전기차에 의해 이뤄지고 전력반도체가 제때 공급이 안 되면 물류 운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전차 또한 구동을 위해 전력반도체를 사용하는데 100% 수입품이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 BYD라는 중국 자동차 회사를 주목하고 있다. BYD가 만든 전기차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한다고 한다. BYD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는 100% BYD가 자체 생산한다. BYD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내재화에 성공했고 전기차를 만드는 다른 회사에도 전력반도체만 별도로 판매한다. 필자는 코로나 팬데믹 전에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 교류 프로젝트 일환으로 BYD를 방문해 저력을 새삼 느꼈다. 당시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의 기술 수준은 높지 않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한국 전력반도체는 중국의 경쟁 상대에서 배제됐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메모리반도체 강국이지만 전력반도체는 중국이나 해외에서 수입을 해야 하나? 아니다. 부산에서 전력반도체를 미래 첨단 먹거리로 예측하고 10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 결과 2023년 7월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의 대표로서 필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국내에 전력반도체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전력반도체를 만드는 소부장 업체들이 하나둘 부산에 모여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전력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부산의 거점 대학 등에서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실습을 위한 테스트베드 확보 등도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력반도체가 미래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전력반도체 기반 구축은 지·산·학이 연계해 잘 진행되고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점은 부산에서 생산된 전력반도체의 사용 여부다. BYD의 전력반도체 내재화 성공은 초기에 생산한 전력반도체의 품질이 낮더라도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해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낮은 품질과 기술 수준을 극복해 이뤄졌다.

국내 전력반도체 회사는 중소기업이 대다수다. 전력반도체를 만들어 수요기업인 변환장치나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국산화한 전력반도체 실증 테스트를 실시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개선하는 단계를 거쳐야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 해외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과해야 해외 기업에 전력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 기업 등은 국산화된 전력반도체보다 검증된 해외 전력반도체를 더 선호하는 추세다. 이렇게 되면 국산화된 전력반도체가 설 자리가 사라진다. 외국 농산물이 싸더라도 국내 농산물을 버리고 해외에 식량을 의존할 수 없듯이 국내 전력반도체가 현재 중국보다 못하다는 인식이 있더라도 전력반도체와 관련 생태계는 전략물자로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중앙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BYD의 전력반도체 품질이 낮아도 중국 정부가 자국 자동차 회사나 변환장치 시스템을 만드는 회사에 중국 전력반도체를 강제로 사용하게 했던 것처럼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중국의 전력반도체 내재화와 기술 세계화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전력반도체 국산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에는 나서야 한다.


전력반도체는 농산물로 치면 쌀과 같아 국산화와 내재화, 수출을 해야 하는 핵심 제품이다. 부산시는 우리나라 미래의 흥망을 결정할 수 있는 전략물자를 생산한다는 각오로 전력반도체 생태계 형성에 적극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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