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대통령실 행정관

강필희 기자 2024. 7. 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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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을 지근 보좌하는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직책이 새삼 입길에 오르내린 일이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에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최소한 트레이너 출신 행정관 입에서는 의미 있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선임행정관(2~3급)과 행정관(3~5급)은 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밑에서 일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도 대통령실 행정관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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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을 지근 보좌하는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직책이 새삼 입길에 오르내린 일이 있다. 30대 여성 헬스트레이너가 청와대 제2부속실에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연예인이나 재벌총수 전담으로 유명세를 얻어 TV에나 출연하던 사람이 어떤 경로로 청와대에 입성했고 무슨 일을 하는지 한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자 그의 뒷배가 최 씨라는 소문이 퍼졌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에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최소한 트레이너 출신 행정관 입에서는 의미 있는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대통령실 선임행정관(2~3급)과 행정관(3~5급)은 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밑에서 일한다. 직급은 낮아도 대통령실 근무라는 스펙의 힘이 워낙 강력하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늘공’도, 민간 출신 ‘어공’도 채용 경위는 불투명하기 일쑤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낙하산, 정계 진출이 어렵지 않아 출세의 지름길이자 신인 정치인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직 행정관이 무려 8명이나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에도 대통령실 행정관이 등장한다. 코바나컨텐츠 전직 직원이자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면담 일정을 조율한 인물로 알려진 유모 행정관을 검찰이 최근 조사한 것이다. 유 행정관은 “김 여사가 가방을 돌려주라고 지시했는데,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깜빡 했다”고 진술했다. 때마침 이달 초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전 수행팀장이 출석, 법인카드를 다른 사람 밥값 결제에 사용해선 안된다는 당부를 받았다고 했다. 두 사건 관계자의 이런 증언은 공교롭게도 사건이 공론화한지 한참 만에 나온 것으로, 의혹 당사자에겐 유리할 게 분명하다.

기관의 수장을 보필하는 사람은 상사에 관해 많은 것을 알 수밖에 없다. 기관장이 새로 부임하면 비서와 운전기사부터 바꾸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김건희 여사와 김혜경 씨는 현재 권력자 혹은 미래 권력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의 배우자다. 이들의 측근이라면 진실에 가까울 확률이 높지만 사실 왜곡 가능성도 그에 못지 않다. 행정관이든 수행팀장이든 국민적 의구심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자기가 모시는 이의 안위가 최우선이라면 봉건시대 종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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