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보장

2024. 7. 16. 19: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법대로 합시다!” 상반되는 의견이 최고조의 갈등 상태일 때, 도저히 더 이상의 설득과 협상이 불가능하고 대화로 해결할 수 없을 때 우리는 ‘법대로 하자’는 최후의 명제를 던진다. 법은 이렇듯 첨예한 갈등을 잘 조정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이 믿음의 근거는 우리의 관습 도덕 윤리 법 등의 사회규범 중에서도 법은 국가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 생활에 필요한 아주 많은 법이 만들어진다. 오늘도 국회에서 이러저러한 법안을 심의하고 의결한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국회법이라는 법도 있는가 보다. 국회의 어느 상임위원장도 법대로 하겠다고 한다.

많은 사람의 필요에 따라 법은 만들어진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1년 젊은 시나리오작가의 사인은 영양실조였고 그녀가 남긴 쪽지의 내용은 남은 밥과 김치의 도움을 정중히 요청하는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고(故) 최고은 작가의 영면을 빌며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예술인 기본복지에 대한 강렬한 필요와 요구의 목소리가 모여 일명 ‘최고은법’이라는 예술인복지법도 2011년도에 만들어졌다.

법이 정한 내용에 따라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만들어졌고 예술활동증명, 문화예술용역 표준계약서 사용처럼 실질적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긴급한 생활자금 대출도 지원한다고 한다. 예술인고용보험도 이제는 문화예술사업을 할 때는 필수 요건이다. 예술인복지법은 이렇게 예술인들 곁에 가까이 왔다. 언젠가 예술인을 위한 4대 보험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어느 토론 자리에서 목청을 높인 기억이 있다. 토론 주최기관의 담당자가 당황해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목소리가 모여 법도 만들어지고 제도가 실행되고 그러는 게 국가의 사회생활 아닌가.

국가의 행정부가 바뀌고 문체부 장관도 바뀌면서 난데없이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라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단어가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한때 문화예술계에서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이 큰 화두가 되어 많은 논란이 있었고 개선의 필요성을 많은 예술인이 목청 높이 외쳤고 이것을 계기로 2021년에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즉,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졌다. 이 법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 역할, 국가기관의 책무 등을 총칙으로 하여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예술인의 노동과 복지 등 직업적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하며, 예술인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를 보장하는 한편 성평등한 예술환경을 조성하여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내용이다.

자세히 읽어보면 예술인에 대하여 자유 침해 금지, 차별 금지, 공정성 침해 금지, 개입금지, 불공정행위 금지, 조합 활동 방해금지 그리고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는 보장하되 침해되었을 때는 구제하고 시정조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을 천천히 읽어보면서 ‘예술인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를 보장하고’라는 조항이 와 닿았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예술인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가 온전히 보장되지는 않았나 보다. 그래서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도 만들어졌나 보다.

예술인은 누구이기에 이들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법의 필요를 얘기하고 노력을 하는가. 예술인복지법, 예술인권리보장법 두 법 모두 예술인을 ‘예술 활동을 업(業)으로 하여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데 공헌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實演)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예술은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공헌해야 할 목적이 있다. 예술 활동의 근원적인 목적이다. 그리고 예술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목적 없는 예술은 없다. 예술을 통해 국가를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예술인의 권리와 지위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좀 더 섬세하게 구현해야 한다. “목적을 가진 것은 예술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문체부 장관의 망발을 국회에서 듣지 않으려면 현장 예술인의 더 많은 발언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아직 예술인 지위와 권리 보장에 관한 조례가 없다.

김미희 올아트22C 문화기획 대표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