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9> 요즘 길가에 한창 피어 있는 나리꽃을 시로 읊은 조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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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꽃이, 이 같은 향이(如此花兼如此香·여차화겸여차향)/어찌하여 무너진 담장 옆에 버려졌을까?(如何棄擲毁垣傍·여하기척훼원방)/번홍화와 석죽화는 모두 평범한데도(番紅石竹皆凡品·번홍석죽개범품)/오히려 화분을 얻어 아름다움을 바친다네.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사인 옥수(玉垂) 조면호(趙冕鎬·1803~1887)의 '빼어난 꽃 기이한 향의 백합이 거칠고 더러운 땅에 자라고 있음을 탄식하며'(百合花花秀香異 種在荒穢可歎·백합화화수향이종재황예가탄)로, 그의 문집인 '옥수집(玉垂集)' 권17에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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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꽃이, 이 같은 향이(如此花兼如此香·여차화겸여차향)/어찌하여 무너진 담장 옆에 버려졌을까?(如何棄擲毁垣傍·여하기척훼원방)/번홍화와 석죽화는 모두 평범한데도(番紅石竹皆凡品·번홍석죽개범품)/오히려 화분을 얻어 아름다움을 바친다네.(猶得盆供薦色光·유득분공천색광)
위 시는 조선 후기 문사인 옥수(玉垂) 조면호(趙冕鎬·1803~1887)의 ‘빼어난 꽃 기이한 향의 백합이 거칠고 더러운 땅에 자라고 있음을 탄식하며’(百合花花秀香異 種在荒穢可歎·백합화화수향이종재황예가탄)로, 그의 문집인 ‘옥수집(玉垂集)’ 권17에 들어있다. 백합의 아름다움과 짙은 향기를 설명하면서 이런 꽃이 무너진 담장 옆에 버려지듯 피어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번홍화(샤프란)와 석죽화(패랭이꽃)같이 평범한 꽃이 오히려 화분에 심겨 대우받음을 볼 때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안타까운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꽃으로서는 자유롭게 피어 모든 사람의 눈길을 받는 게 더 좋을지 모른다.
위 시에서 백합은 나리꽃이다. 백합은 나리의 한자 이름으로, 마늘과 비슷한 알뿌리로 여러 작은 조각이 합쳐져 하나의 뿌리를 이루는 데서 유래한다. ‘참나리’라고도 하는 토종 백합을 일컫는다.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은 ‘산림경제’에서 “그 뿌리가 백 조각(百片)인데 포개져 붙어 있으므로 백합이라 한다”고 했다. 나리꽃은 둥글게 말리는 주황색 꽃잎에 검은 점들이 박혀 있다. 줄기에 까만 씨앗이 줄줄이 달려있어 번식이 잘 되는 모양이다. 우리가 백합이라고 부르는 꽃은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다.
어제도 필자는 나리꽃을 보며 화개골에서 읍내까지 요금 100원인 농어촌버스를 타고 갔다. 하동읍내 시장 안 ‘밤골집’에서 점심으로 시래깃국을 먹을 요량이었다. 식탁 하나뿐인 좁은 식당 안에 나리꽃이 있었다. 강월례(61) 사장님이 농사지은 농작물로 만든 반찬이 10여 가지, 무청으로 끓인 시래깃국이 나온다. 밥은 찰지고 기름기가 잘잘 흐른다. 밥값이 4000원이다. 머릿속에 나리꽃으로 가득 차 있던 필자는 나물 반찬을 먹으며 ‘참나리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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