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양자시대` 주도…`ICT 100년 혁신` 향해 달리는 IITP
인공지능(AI) 시대가 예상보다 빨리 열리면서 전세계는 AI 폭풍에 휩싸였다. AI는 단순히 산업의 한 흐름을 이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류의 삶과 일자리 형태, 사회의 작동 방식을 바꿔놓을 전망이다. 불과 6년 뒤인 2030년이면 90% 이상의 업무를 AI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고, 국내 일자리 중 약 12%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게 국책연구기관들이 내놓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조차 이미 옛 것으로 느껴질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AI시대에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의 100년을 쌓아갈 토대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30년간 TDX, CDMA, D램, IMT-2000, 5G, AI반도체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구성과를 내놓은 데 이어 AI, 양자, 반도체 등을 핵심으로 하는 다음 디지털 혁명을 이끈다는 구상이다.
홍진배 IITP 원장은 지난달 초 가진 기관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사회와 국민 삶에 실질적 보탬이 되는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디지털·AI 혁신을 이끄는 디지털 인에이블러(Enabler)와 파워스테이션(Power Station) 역할을 하겠다"며 "R&D가 R&D로 끝나지 않도록 전체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국가 디지털 정책의 시작점인 기술개발과 인재양성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이 디지털 G3 국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30년 전 시작된 인터넷 초강국 발판…IITP가 주축=우리나라의 ICT 연구개발(R&D)의 시작은 30년 전이다. 1982년 5월 서울대와 구미 연구실 두 곳의 연구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이곳에서 국내서 최초로 인터넷이 연결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접속 표준 프로토콜인 TCP/IP 방식으로 이뤄진 첫 인터넷 연결이었다. TCP/IP 방식의 인터넷 연결은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에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였다. 대한민국의 ICT 역사의 첫 시작이자 한국을 IT 강국으로 만든 첫걸음을 내디딘 날이다.
통신도 뒤지지 않았다. 1986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시분할 전전자교환기(TDX)를 개발해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다. 이는 기계식 교환기기와 아날로그 교환기 제작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디지털 방식으로 개발·생산한 세계 유일한 사례였다. 집집마다 전화기가 없고 교환원이 전화를 연결해 주던 시절을 지나 통신 강국으로 가는 첫 발돋움이었다.
◇CDMA·광통신에서 와이브로·5G까지=이후 1992년, 우리나라에도 ICT 분야 R&D 전담 조직이 설치되면서 중장기 기술로드맵, 정책개발, 예산확보, 사업 기획, 성과관리 등 체계적인 진화를 거듭했다. 1995년에는 새로운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인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이동통신 산업 최강국으로 가는 길의 초석을 마련했다. 1996년 1월 신세기통신과 한국이동통신이 디지털 방식의 CDMA 서비스를 제공했다.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통신 시스템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 대비 10배, 시분할다중접속(TDMA) 대비 3배 이상의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2015년 모바일 신호를 아날로그 광신호로 직접 변환해 광섬유를 통해 전송하는 기술인 하이 파이브 에스코트(High Five ESCoRT) RoF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대비 약 5분의 1의 비용으로 광전송 기술 기반 이동통신 기지국이 구축 가능해지는 순간이었다. 2004년 최초의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2011년 4세대 LTE-A 개발에 이어 현재 5G까지 끊임없이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나라 5G 가입자는 상용화된 지 1년 만인 2022년 4월 말 6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급격한 발전에는 탄탄한 예산 지원과 사업들이 함께했다.
인터넷 초강국으로 가는 30년의 계단을 쌓은 것은 IITP다. IITP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지만 그 이전 1992년 설립된 정보통신연구관리단(IITA)을 거쳐 1999년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2009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으로 조직형태를 바꿨다가 2014년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로 통합 설립됐다. 이후 2019년 정보통신기획평가원으로 기관명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했다.
IITP가 설립된 2014년 R&D 지원 사업의 예산은 6757억원에서 지난해 1조4289억원으로 7532억원 늘어났다. 사업 수는 같은 기간 27개에서 121개로 94개나 증가했다.
◇글로벌 디지털 프론티어를 향해=IITP는 향후 10년의 비전을 '글로벌 디지털 프론티어'로 정했다. IITP의 기본 가치는 크게 △창의적 디지털 혁신 △디지털 혁신 시스템화 △R&D 실용성 제고로 정의된다.
홍 원장은 "현장의 기술 수요를 반영한 기획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을 이어가겠다. 이런 디지털 혁신이 계속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을 축적하고 공유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R&D가 R&D로 끝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시장으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시장진입과 글로벌 진출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IITP는 디지털 대한민국 전략부터 AI반도체 이니셔티브 전략 등 부처를 도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R&D 프로세스를 혁신해 디지털 강국 도약의 골든 타임을 사수할 기술개발과 함께 최전방에서 혁신을 이뤄갈 인재를 양성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IITP는 올해 1조323억원을 기술개발에 투자한다. AI, AI반도체, 차세대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양자를 핵심 엔진으로 집중 육성하고, 전 산업의 기반이 되는 차세대 통신(5G, 6G, 위성) 인프라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버 보안 기술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미디어 콘텐츠 서비스 및 융합 서비스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그 과정에서 R&D 프로세스 혁신을 5단계로 추진 중이다. 먼저, 기술 수요조사 시 수동적인 수요 발굴에서 학회, 포럼 등을 활용한 집중적인 수요조사를 진행해 최적의 수요를 찾는다. 또 최고의 석학과 기획단계부터 수요자,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방향성이 명확한 기획을 준비한다. 최고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 체계도 도입한다. 네 번째 단계는 R&D 협의체를 만들어 R&D들이 파편화되지 않고 뭉쳐서 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IITP 관계자는 "시장으로 R&D를 끌고 나가는 데 중요한 단계"라며 "연구자 간의 네트워킹 성과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5단계는 성과창출을 하는 데 있어 다른 기관과 협력해 성과가 확대·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코디네이터로의 성장이다.
홍 원장은 "R&D 성과를 확대하려면 뒷심을 갖고 조율(coordination)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성과 평가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 표준화, 사업 연계 등 다음 단계까지 종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미경·유진아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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