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수 ‘막말’에 진화위원 “민중 개돼지 발언보다 심해”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서 이상훈 상임위원 발언
김광동 위원장은 “황인수 국장에 경위서 요청”
회의 도중 “왜 오래 있냐” 사진기자 내쫓기도

16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제83차 전체위원회에 최근 직원교육 내용과 ‘국회 변장 출석’으로 물의를 빚은 황인수 조사1국장(맨 오른쪽)이 참석해 앉아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조사관 교육 자리에서 재심 무죄가 난 간첩조작사건에 대해 ‘조작이 아니’라고 하고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과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의 숫자를 맞추라’고 한 황인수 진실·화해를 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의 발언을 두고, 과거 큰 논란이 됐던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국장급)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보다 더 위중한 수준이라는 진실화해위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김광동 위원장은 이 발언의 부적절성을 재차 확인하며 “황인수 조사1국장에게 경위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16일 전체위원회에서, 2016년 7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기자들과 식사를 하며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가 중징계당한 일을 언급한 뒤 “사석이 아닌 조사관 80명이 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황인수 조사1국장이 한 발언의 무게감은 이와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로부터 파면 결정을 받은 나 기획관은 행정소송을 했고 이후 파면에서 강등으로 징계 수위가 낮춰졌다.

16일 오후 열린 진실화해위 제83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 상임위원은 “진도간첩단 조작사건에 대해 조작이 아니라고 말한 것도 충격적이지만 남한 쪽 만행 3개면 북한 쪽 만행 3개로 균형을 맞추라고 조사1국의 조사방향을 제시한 것은 더 충격적”이라며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59조 공정의 의무를 위반했다. 황 국장이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신청인들이 황 국장 때문에 군경에 의한 집단희생 조사가 진척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의심할 텐데 진실화해위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희 위원도 “(11일 문화방송이 보도한) 직원교육 녹음 파일 듣고 정말 이 분이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으로 계시는 게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진실화해위가 우습고 조사관들이 우습고 피해자들이 눈에 안 보이면 이렇게 말하겠냐”고 했다. 이상희 위원은 “황 국장은 이 사안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소명에 나선 황인수 국장은 “지난해 10월의 일이어서 정확한 워딩은 확인중이지만 (적대세력과 군경에 의한 희생 사건의) 숫자적 균형을 맞추라고 한 것은 금성출판사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균형 있는 진실규명을 강조한 이야기”라고 했다. 또한 진도간첩단 사건 발언과 관련해서는 “아버지는 진도간첩단 사건 희생자가 분명한데, 현재 기소되고 재판 중인 아들 사건을 거론한 것”이라고 했다. 황 국장은 발언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김광동 위원장은 “1기 사건의 결론과 그에 따른 재심 사건을 부정하거나 왜곡하는데 초점이 있었던 건지 다시 워딩을 살펴보고 법률자문까지 받은 이후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진실화해위가 입주한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앞에서 국가폭력피해 범국민연대 회원 등 20여명이 “유가족 연행, 고문조작 옹호한 진실화해위원장 김광동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는 집회를 열었다. 고경태 기자

한편 이날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은 사진촬영을 하던 한겨레 사진기자의 소속을 묻고 “아무리 공개회의라도 회의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있느냐”며 퇴장을 요구했다. 전체위가 시작하고 50분이 흐른 시점이었다. 사무처 관계자가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했음에도, “누가 몇 시간을 여기에서 상주해서 취재하도록 허락을 했나?”라며 재차 퇴장을 요구했다. 차기환 위원은 “사전에 위원회에 신청해서 승인을 받고 들어와야 한다”며 마치 기자가 규정 위반을 한 것처럼 몰아붙이기도 했다.

한겨레 사진기자는 진실화해위가 정한 절차에 따라 사전 신청을 하고 촬영 중이었다. 이날은 비공개 의결 건이 없어 공개 안건 심의가 길어졌고, 중간에 외부업체의 설명회도 있었다. 이상희 위원은 “위원들과 직원들이 있는데 회의 주재 권한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조처를 하면 되지 (사진기자에게) 그렇게 면박을 주면서 화를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불쾌하다”고 항의했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김광동 위원장이 최근 황 국장 발언 공개로 궁지에 몰리고 신경과민 상태가 됐는지, 절차를 밟고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폭력적으로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오전 국가폭력피해 범국민연대가 진실화해위 입주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자, 6층 엘리베이터 앞 양쪽 출입구를 봉쇄하고 5층을 통해 계단으로 진입하게 하는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