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건희 디올 백’, 아래에 책임 미루고 꼬리자르기 아니라니
유모 대통령실 행정관이 지난 3일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2022년 9월13일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날 밤 김 여사가 돌려주라고 지시했지만 깜빡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 여사 법률대리인인 최지우 변호사가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디올백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돼 있다”며 “꼬리 자르기란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명품백 논란이 불거진 지 8개월 동안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빠져나가려는 게 꼬리 자르기가 아니면 뭔가.
김 여사의 반환 지시가 있었다면 지난해 11월 명품백 수수 영상이 폭로된 직후 공개했을 걸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던 사안인데, 이 말을 피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누구도 김 여사의 반환 지시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 여사도 올 초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에게 ‘명품백 사과’ 여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다섯 차례 보낼 때도 이 얘긴 없었다. 김 여사는 명품백 미반환을 영상 공개 후 알았다는데, 그 후에도 대통령실에선 최 목사에게 명품백 반환을 위해 연락하지 않았다. 외려, 대통령실은 명품백이 국고에 귀속되는 ‘대통령기록물’이어서 돌려줄 수 없다는 취지로 대응해왔다. 설사 김 여사의 말이 맞다면 대통령실은 지금껏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김 여사 측이 이제와서 ‘반환 지시’를 얘기하는 의도는 짐작된다. 공직자 배우자로서, 받은 금품을 곧장 반환하도록 지시해 청탁금지법을 지켰고 대통령 부부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애꿎은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너무 비겁하다. 최 변호사는 “현직 영부인을 소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는데, 김 여사가 검찰에 ‘소환 불가’ 가이드라인을 주려한다는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검찰의 김 여사 수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대통령실을 압수수색해 명품백을 확보하는 게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도 검찰은 대통령실에 공문을 보내 명품백 제출을 간청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말과 너무 다르다. 김 여사와 검찰의 태도가 이러하니 김 여사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커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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