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민관협의체, 5년간 회의는 단 11차례…"생산적인 논의 부족해"

정진성 2024. 7. 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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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문화사회 연구소,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관련 중간 점검 토론회
이동연 교수 "국내 민관협의체의 충분한 토론과 의견 조율과정 부족해"
박종현 교수 "중독에 대한 명확한 규명 부재...법·의료 체계의 혼란만 가중"
이장주 소장은 "게임이 문제라면 난리 났어야...훗날 침소봉대로 남을 듯"

[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협의체는 2019년 7월 발족한 이래 총 11회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는데, 연구용역 자문정도였다. 국내 도입과 관련한 좀 더 임상적이고 학술적인 연구가 보완돼야 한다."

WHO 게임이용장애 등재 쟁점 연속토론회. [사진=정진성 기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적용이 2026년 1월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위해 구성된 국내 민관협의체의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9년 7월 발족한 협의체는 그동안 11차례 회의를 갖는데 그쳤다. 회의 내용도 연구용역 자문 정도여서 협의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는 것이다.

16일 문화연대와 문화사회 연구소는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논란,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등재했으며, 한국은 통계청의 한국표준 질병 분류체계(KCD)가 5년 주기로 개정돼 2026년 1월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 이동연 교수 "민관협의체 구조로는 일정 소화조차 불가능해 보여"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문화연대 공동대표)는 "민관협의체는 지금까지 11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며 "주요 활동이 연구용역 자문 정도여서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과 관련해 협의체 내부의 토론과 의견 조율과정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동연 교수는 2019년 7월 출범한 게임이용장애 관련 민관협의체(이하 협의체) 위원 중 한명으로 합류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협의체는 민간위원 14명과 정부위원 8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됐으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과 관련해 게임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방안을 찾기 위해 발족됐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민관협의체 구성원 중 한명인 의료계 교수는 "이미 결정된 것이고 WHO의 등재를 국내가 거부한 경우가 없으니, 도입은 기정사실화다"며 "이제 어떻게 도입해야할 것이냐를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진단도구나 타당도 높은 도구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도입 자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이 교수는 "협의체의 원칙은 (질병코드의)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지, 도입의 방법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정사실화가 아닌 도입 여부를 가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2026년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적어도 2025년까지 △과학적 근거 △합의가능한 진단 도구 도출 △진단 도구 결정에 따른 실태조사 △도입 여부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파급 효과에 따른 객관적 정량수치 도출 △도입 여부화 관련한 공청회, 여론 수렴, 사회적 합의도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현재의 협의체 구조로는 정해진 기간 내에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협의체의 새로운 논의 구조가 마련돼야 하며 임상적이고 학술적인 연구가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WHO 게임이용장애 등재 쟁점 연속토론회. [사진=정진성 기자]

◇ 박종현 교수 "질병코드화 주장은 출발선부터 문제…헌법적 타당성 의문"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헌법적 타당성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박종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작금의 논의가 KCD라는 법규명령의 명확성을 보장하고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국가의 후견적 개입을 가능하게 할 수준으로 비례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자유주의 체제에서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영역에 국가가 간섭하는 경우 그 정당성에 대한 엄격한 판단을 하고 있다. 특정 행위를 법적으로 질병화 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자유권 전체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서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정신의학계에서 '중독'이라 명시하는 게임이용장애의 경우 그 개념에 포섭되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독자적인 질환이고 독특한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임상의는 게임장애 증상을 명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과학적·의학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화 주장은 그 출발선에서부터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며 "명확한 규명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를 질병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지는 규제의 입법목적의 정당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분명히 지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은 "게임이라는 게 큰 문제라면 지금 세상은 난리가 났어야 한다"며 "별 것도 아닌 이슈를 가지고 침소봉대했다는 이야기가 후일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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