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전공의 복귀 없었다…일괄 사직처리 두고도 '진통'(종합)
'무응답' 전공의 사직처리에 내부 반발…일부 병원, 사직처리 '유보'
서울대병원, 전공의에 사직합의서 발송…"응답 않으면 사직처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제시한 전공의 사직서 처리 마감시한이 지났지만, 전공의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서 1만명 무더기 사직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직 또는 복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처리를 놓고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병원은 무응답 전공의들에 대해 당장 사직 처리에 들어가지 않고, 이들의 응답을 기다리면서 사직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 등을 앞두고 '무응답' 전공의들의 사직서 처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현재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사직처리에 대한 내부 반발을 고려해 막바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 수련병원 211곳 복귀 전공의 50명 못 미쳐
16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1만3천756명 중 전날 정오 기준 추가로 복귀한 전공의는 40∼5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집계 결과 전날 정오 기준 전체 211곳 수련병원 전공의 출근율은 8.4%(1만3천756명 중 1천155명)에 그쳤고, 출근자는 이달 12일(1천111명) 대비 44명만 늘었다.
정부는 이같은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출근자 수 변화를 토대로 복귀 추이를 가늠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전공의들의 연차나 당직 후 휴무 등 외부 요인이 혼재해 있어 순수한 복귀 규모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주요 수련병원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전날까지 전공의들의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확인했으나,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는커녕 '무응답'으로 일관하면서 대규모 복귀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다.
빅5 병원 중 4곳 이상은 현재 복귀한 전공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빅5 병원 관계자는 "기존에 복귀했던 전공의가 전체의 6∼8% 상당이었는데, 이번 사직서 처리시한까지 추가로 돌아온 사람은 10명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구체적인 숫자를 함구하는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공의 약 520명 중 7명이 복귀한 데 그쳤다. 고려대안암병원은 전공의 약 580명 중 1명만 복귀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소속 전공의들에 별도 이메일을 보내 사직·복귀·재입사 절차를 안내하며 '지금 돌아오라'는 취지로 설득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무응답 전공의 사직처리 놓고 '진통'…일부 병원은 '유보'
전공의 1만여명의 사직이 예상되는 가운데, 무응답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 처리'할지를 두고도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병원들은 지난주 전공의들에게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밝혀달라는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면서 전날까지 복귀하지 않거나 응답이 없으면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알렸다.
무응답 전공의는 자동으로 일괄 사직 처리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인데, 병원 내부에서 반발이 거센 탓에 쉽사리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의대 교수는 "무응답 전공의에 대한 사직서를 일괄수리하겠다는 병원 방침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많다"며 "지금 사직서를 일괄 수리해버리면 내년 3월에 전공의들이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하반기 결원 모집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사직서를 일괄 수리할 경우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관계가 영영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에서도 응답하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수리할지를 두고 논의했으나, 협의회 차원의 지침 등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무응답 전공의) 일괄 사직처리 여부는 각 병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인데, 협의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 중"이라면서도 "분위기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어서 대부분 병원이 일괄사직 처리 시 다들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등 대구지역 수련병원들은 복귀 마감 시한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거나, 처리 여부를 유보하기로 했다.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도 전공의들의 사직 의사를 개별 파악했지만, 답변이 거의 없어 사직서 처리를 보류하기로 했다.
제주대학교병원도 무응답 전공의에 대해서는 당장 사직 절차를 밟지는 않을 방침이다.
'무응답' 전공의 일괄 사직처리 가능성 배제 못해…서울대병원 '7월 15일자' 수리
의료계에서는 당장 사직처리를 유보한 병원도 주요 병원의 움직임에 따라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날 서울대병원은 무응답 전공의들에 사직에 관한 합의서를 발송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에도 무응답한 전공의의 경우 사직서를 일괄 처리할 예정이다.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으로 지칠 대로 지친 대형병원이 결국에는 사직서를 수리하고, 복지부에 하반기 전공의 정원(TO)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크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무응답 전공의들을) 일괄 사직 처리할 계획이지만, 내부 반발이 있어 막바지 논의 중"이라면서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등의 일정이 있어 결국 예정된 프로세스대로 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또 다른 수련병원은 결원 규모를 파악해 이달 22일로 예정된 하반기 전공의 채용 모집공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수련병원의 사직서 수리 시점은 정부 방침에 따라 '6월 4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공의들이 2월에 사직서를 제출했더라도,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고 강조해왔다.
서울대병원은 사직서 수리 시점을 7월 15일로 정하기로 결정하되, 사직 합의서를 작성한 전공의의 경우 사직 효력 발생 시점이 2월 29일자로 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나머지 병원들도 6월이냐, 7월이냐를 고민하는 것뿐이지 사직서 수리 시점이 전공의들이 요구했던 2월이 될 가능성은 작게 본다.
또 다른 빅5 병원 중 한 곳도 사직서 수리 시점을 7월 15일로 적용하기로 가닥을 잡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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