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없어 아쉬워"…RS에 입맛만 다신 벤처기업

성과조건부주식 받은 벤처 임원 "근로소득 과세로 부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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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스톡옵션과 달리 비과세 혜택이 없다고 하니까 직원들이 좋아할지 고민되네요."

벤처기업 임직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근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성과조건부주식제도(RS)가 이달 10일부터 시행됐지만 벤처계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식을 무상 지급한다는 점에서 스톡옵션과 함께 직원을 위한 보상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으나 상황에 따라 따져볼 내용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벤처기업협회는 16일 '벤처기업 성과조건부주식제도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250여 명의 벤처기업 관계자가 참석해 관심을 대변했다. 발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법무법인 디엘지, 최앤리 법률사무소가 진행했다.

성과조건부주식제도는 벤처기업 임직원에게 성과 달성을 조건으로 회사의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가 제시한 성과를 달성할 경우 임직원은 교부 계약에 따라 회사의 자기주식을 선지급 혹은 후지급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스톡옵션을 행사해 얻은 이익 중 연간 2억 원 이내의 금액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 여기서 소득세는 근로소득세와 기타소득세를 의미한다. 하지만 성과조건부주식제도는 주식을 교부받는 날의 시가를 기준으로 근로소득세를 부과한다.

벤처기업 성과조건부주식 제도 정책설명회(벤처기업협회 제공)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벤처기업 대표들은 성과조건부주식제도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하지만, 스톡옵션에는 있는 비과세 혜택이 없다는 이유로 고민이 된다고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세제 혜택 내용이 궁금해 참석했는데 관련 내용이 없어 아쉬웠다"며 "지금도 직원들은 스톡옵션 대신 성과급(현금)으로 달라고 하는데 과세까지 하는 성과조건부주식을 준다고 하면 반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 혜택 없이 이 제도를 100% 활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한다"며 "현금 50%, 성과조건부주식 50%처럼 절반씩 지급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C레벨 임원을 영입하려고 할 때 성과조건부주식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해당 임원의 지분율이 높을 경우 근로소득세가 상당히 많이 나올 것 같다"며 "임원에게는 스톡옵션 제도를 활용하고 직원들에게는 성과조건부주식 제도를 활용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톡옵션과 과세 체계가 다른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 역시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성과조건부주식에 대한 과세 특례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법 개정 필요성에 목소리를 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성과조건부주식제도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했으나 불발로 그쳤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