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반도체산업의 호기 잘 살려가야
HBM시장 전망은 고무적이다. 드램 매출 중 HBM 비중은 작년 8.4%에서 금년 20.1%로 증가했고 내년엔 3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HBM 단가도 내년엔 현재 대비 5∼10% 상승할 전망이다. 작년 SK하이닉스는 약 53%, 삼성전자는 약 38% 등 우리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은 92% 수준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부터 엔비디아로부터 주문받은 HBM을 생산해 대만 TSMC에 납품 중이고, TSMC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패키징하여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HBM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움직임도 빠르다. 금년 중 업계 최초로 36GB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하는 한편, 대규모 시설투자로 생산능력 확보에 속도를 낸다고 한다. 한 기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월 HBM 생산능력은 금년 4·4분기 15만~17만장으로 SK하이닉스의 12만~14만장을 추월할 전망이다. HBM 외에도 신경망처리장치(NPU), AI용 HBM 파운드리, 온디바이스 AI 등에서 AI 주도권을 확보해 갈 수도 있다.
문제는 향후 대응이다. 대응이 적절치 않으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일부 파업은 우려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금년 4월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정규직 노동자 임금 수준을 100으로 볼 때 300인 이상 비정규직 임금은 67.2%, 300인 미만 정규직은 57.6%, 300인 미만 비정규직은 44.1%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고액임금을 준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삼성의 파업은 다른 기업의 근로자에게 의욕상실을 가져올 수 있고, 협력업체들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리 노조 조직률은 13.1%로, 대부분 근로자는 노조 없는 일터에서 일한다. 규모가 작은 업체에선 노조 결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 파업은 말단 협력업체 포함, 이들의 임금을 압박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의 HBM 개발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년 내 HBM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화웨이 등을 중심으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차 반도체산업투자기금으로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인 3440억위안을 조성한 데 이어 지방정부 보조와 저금리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산업에 한화로 약 28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 투자기업에 보조금과 25%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시행 중이다.
대내외 도전과 환경 변화를 감안한다면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각오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경영진은 물론 근로자, 협력업체 그리고 정부가 합심하여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기회를 살리기 위한 적극적 협력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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