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경쟁률’ 8년 만에 반토막…저임금·꼰대·악성 민원 탓

안태호 기자 2024. 7.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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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취준생 청년(15~29살) 56만5천명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7·9급) 시험을 준비한다고 답한 비중은 23.2%로 전년 대비 6.1%포인트 급감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016년 53.8 대 1에서 8년 연속 하락해 올해 21.8 대 1로 반토막 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9급(1호봉) 세전 월급은 222만2천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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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일인 6월22일 오전 수험생들이 서울 중구 장충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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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27)씨는 공무원인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공직을 꿈꿔왔으나 지금은 생각을 접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공기업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일찌감치 공무원이 된 친구들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사무관(5급)으로 승진한 아버지가 수십년째 새벽 6시 반에 집을 나서 저녁 9시를 훌쩍 넘겨 귀가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더는 공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다른 청년들의 생각도 김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의 공무원 선호도가 18년 만에 처음 2위로 내려오며 사기업에 선호도 1위 자리를 내줬다. 한때 취업준비생의 40%에 육박했던 공시생 비중은 역대 최저치인 23.2%로 내려앉았다. 낮은 임금, 악성 민원 등 민간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공직에 대한 상대적 매력이 하락한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취준생 청년(15~29살) 56만5천명 가운데 일반직 공무원(7·9급) 시험을 준비한다고 답한 비중은 23.2%로 전년 대비 6.1%포인트 급감했다. 반면, 사기업(일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비중은 29.7%로 1년 전과 비교해 2.4%포인트 상승했다. 공시생 비중이 2위로 내려온 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선호도 역전 현상은 예견된 터였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016년 53.8 대 1에서 8년 연속 하락해 올해 21.8 대 1로 반토막 났다.

민간 대비 열악한 보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무원연금 개편으로 수령 연금도 줄어든데다가 대기업 등 양질의 민간 일자리와 비교하면 임금 수준도 턱없이 낮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9급(1호봉) 세전 월급은 222만2천원으로 집계됐다.

경직적인 조직문화 탓도 크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엠제트(MZ) 세대가 주축인 공무원들은 연공서열에 따른 상명하복, 수직적·위계적인 조직문화가 자율성과 창의를 막는다고 인식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공무원 3020명이 공직 입문 1년 만에 공직을 떠났다. 2020년(1583명)과 비교해 두배나 늘었다. 한국인사행정학회장을 지낸 진재구 청주대 전 교수(행정학)는 “민주적인 성장 과정을 거친 젊은 세대들이 비민주적인 근무환경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승진 소요 최저 연수를 단축하고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공무원에게 육아 시간 등을 부여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낮아진 선호도를 끌어올릴지는 알 수 없다.

공직 대신 민간 기업 취업을 택한 청년층이 사회 역동성을 높이는지도 미지수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공무원 경쟁률이 낮아진 만큼 대기업·공기업 등 양질의 민간 일자리 경쟁률이 심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청년들이 공직 대신 전문직 등 임금이 높고 안정적인 다른 일자리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취업난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런 견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청년들의 첫 사회 진출에 걸리는 시간이 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 대학 졸업자(3년제 이하 포함)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4년3.8개월로, 1년 전과 비교해 0.5개월 늘었다. 첫 일자리를 얻는 데 걸리는 평균 기간도 1.1개월 늘어난 11.5개월로 집계됐다. 두 항목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안태호 허윤희 박지영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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