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은 추적 그만해라…KBS ‘시사교양본부 해체’에 PD들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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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영진이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등 시사프로그램 제작본부를 대폭 축소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KBS 경영진이 최근 공개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제작1본부에서 시사교양PD들이 제작해 온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을 보도본부 시사제작국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PD들은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은 방송 검열을 강화해 정부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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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프로 만드는 '제작1본부' 사실상 해체
'추적 60분'은 MB 때처럼 보도본부로 이관
"권력 감시 못 하게 하려는 것" 반발 고조
KBS 경영진이 대표 시사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등 시사프로그램 제작본부를 대폭 축소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KBS PD들은 정부 비판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MB 때도 보도본부 갔던 '추적 60분'..."수시로 아이템 검열"
KBS PD협회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누리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이 추진하는 조직개편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BS 경영진이 최근 공개한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제작1본부에서 시사교양PD들이 제작해 온 탐사 저널리즘 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을 보도본부 시사제작국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또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제작1본부를 사장 직속 교양다큐센터로 강등한다는 계획이다. 17일 열리는 KBS 이사회 임시회의에서 조직개편안이 의결되면 바로 시행된다.
PD들은 ‘추적 60분’의 보도본부 이관은 방송 검열을 강화해 정부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김민회 PD는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하는 것은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문제이고,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빼앗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KBS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도 ‘추적 60분’을 보도본부로 이관했다. 당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등 지상파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의 정부 비판 보도를 정부가 못마땅해한다는 게 공공연히 알려졌을 때였다. 보도본부로 이관된 후 '추적 60분' 제작진은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 동영상’을 입수했지만 국장의 반대로 방송하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편은 두 차례나 방송이 연기됐다.
당시 ‘추적 60분’을 제작했던 강윤기 PD는 “아이템 검열이 수시로 이뤄졌고 정치적으로 예민한 아이템이나 자본 권력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방송들은 어김없이 국장으로부터 빨간 펜 수정을 받았다”며 “4대강 찬반 여야 인터뷰는 초 단위까지 쟀고, 반대 측 방송이 2초가 더 길어 불공정 프로그램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취재 자율성이 박탈됐고 권력을 비판하는 아이템은 방송 보류되거나 결방됐다는 것이다. 또 이런 방송이 나가면 제작진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추적 60분'은 2013년 다시 시사교양본부로 돌아왔지만 11년 만에 다시 보도본부로 가게 된 상황이다.
시사교양본부 사실상 해체...PD들 보직 사퇴 성명
제작1본부를 사장 직속 교양다큐센터로 강등시키는 데 대한 반발도 크다. PD들은 사실상 '시사교양본부 해체'로 보고 있다. 김은곤 PD는 “편성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고, 사장이 지시를 내리면 제작진이 직접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모든 프로그램이 사장의 검열을 받는 방식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작1본부 팀장 직급의 약 80%는 전날 조직개편안이 이사회를 통과할 경우 보직 사퇴하겠다는 성명서를 냈다.
제작1본부가 만들던 프로그램들은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후부터 폐지가 반복되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4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많았지만 박 사장 취임과 동시에 폐지됐다. 지난 4월 방송될 예정이었던 ‘다큐 인사이트’의 세월호 10주기 방송은 "총선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불방됐고, ‘역사저널 그날’은 첫 녹화 3일 전 MC를 배우 한가인에서 조수빈 아나운서로 바꾸라는 경영진 지시 이후 사실상 폐지됐다. 조수민 PD는 “언론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말, 해도 되는 말이 점점 줄어든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KBS PD협회는 “MB도 방송 장악을 이렇게까진 안 했다”며 “역대급 기록”이라고 비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서진 인턴 기자 lsdjm9072@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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