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전대 폭력’ 유튜버들 수사 의뢰…원·한은 ‘네 탓’ 비방

서영지 기자 2024. 7.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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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서조차 “분당 대회냐” “막장·자폭” 자조
한동훈·원희룡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분당 대회’, ‘막장 전대’, ‘자폭 전대’….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후보자들의 상호 비난전 끝에 지지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나면서 당내에서조차 “막장 드라마”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가 끝나더라도 불신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전날 충청지역 합동연설회장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모든 후보 캠프에 지지자들에 대한 각별한 주의 관리를 요청하는 ‘합동연설회 시 선거운동 방법 준수 및 공정 경선 요구’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폭력 사건에 연루된 유튜버 3명의 수사를 이날 충남 천안 서북경찰서에 의뢰했다. 원희룡·한동훈 당대표 후보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전날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한겨레에 “후보들이 격렬한 언행을 보이니까 지지자들이 격앙되고 갈등하는 구조가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당 선관위는 최근 열흘 동안 다섯차례나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원희룡·한동훈 후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원색적인 비난전을 이어갔다.

원 후보는 티브이(TV)조선 유튜브에서 전날 폭력 사태에 관해 “과거 우리 당에 없던 팬클럽 행동이 유입된 게 아닌가 걱정이 많이 된다”며 지난 연말 입당한 한 후보의 짧은 당 경력과 그의 팬클럽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한 후보 쪽을 지지하는 유튜버가 저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폭행하는 영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원 후보는 “(한 후보는) 남의 입장을 전혀 이해 못 하고 공감능력이 제로다. 굉장히 냉혈이라고 느껴진다”며 “(토론 등에서 한 후보) 본인은 무오류라면서 (상대의) 말꼬리(를 잡고 상대 발언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공격하고, 메신저를 망신 주고 공격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한 후보를 향해 “말을 하는데 계속 끼어들고 옆에서 쫑알쫑알하고…”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한 후보가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이라면) 프로그램을 돌렸냐, 안 돌렸냐의 차이만 있지 드루킹과 똑같은 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도 폭력 사태 책임이 원 후보 쪽에 있다고 했다.

그는 채널에이(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 인터뷰에서 폭력 사태에 대해 “연설할 때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좀 계획하고 와서 난동을 피운 것이라고 하더라”며 “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저에게 그렇게 연설 방해를 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원 후보와 나경원 후보를 함께 거론하며 “당대표를 하겠다는 분들이 (대통령) 탄핵을 노래 부르고 다닌다”고 했다. 야당만 가진 특검 추천권 변경 등을 통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자는 자신의 제안이 윤 대통령 탄핵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공격하는 두 후보가 외려 여론에 탄핵을 각인시킨다고 반격한 것이다. 하지만 원 후보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한 후보는 특검 찬성 입장을 재고하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의 계략에 넘어간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글을 올리며 물러서지 않았다.

양쪽 캠프 대변인들도 합동연설회 폭력 사태 원인을 두고 비난을 이어갔다. 이준우 원희룡 후보 캠프 대변인은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한 후보 지지자가 아닌 연설회 참석자가) 한 후보 지지자에 의해 폭력을 당하고 저항하다가 (상황이) 과격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같은 방송에 나온 정광재 한동훈 후보 캠프 대변인은 “(처음 가해를 한 사람이) 입었던 옷에, 이마에 원희룡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했다. 두 후보 쪽은 나란히 선관위에 진상규명과 수사 의뢰를 촉구했다.

당 안팎에서는 비방전으로 얼룩진 전대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영남 중진 의원은 “지금 전대는 누가 봐도 막장 드라마 아니냐. 막장 드라마의 결말이 뭔지는 모두가 알지 않냐”며 “갈등이 쉽게 봉합될 거 같지 않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아무런 비전과 성찰 없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상식은 사라지고 자기편만 보면서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자기 주장만 옳고, 남의 의견은 배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전당대회가 끝나고 일시적으로 봉합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시 갈등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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