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사태 이른 여당 전대, ‘강성 당원’만 좇은 결과다 [사설]

한겨레 2024. 7. 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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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후보 간 상호 비방전으로 얼룩져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급기야 지지자들끼리 의자를 집어 던지고 난투극을 벌이는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며 난장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동훈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려 하자,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청중이 "배신자", "꺼져라"를 연호했고, 이에 한 후보 지지자들이 반발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청중은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 던지려다 제지당했고, 원희룡 후보 지지자와 한 후보 지지자 간 장외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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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당원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대표 후보 간 상호 비방전으로 얼룩져온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급기야 지지자들끼리 의자를 집어 던지고 난투극을 벌이는 물리적 충돌까지 빚으며 난장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전대는 유례없는 총선 참패 뒤 열리는 만큼 참패 원인을 성찰하고, 당정관계 정상화와 국정기조 전환 등 집권여당의 활로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보수 혁신의 비전을 둔 건설적인 논쟁은 전혀 찾을 수 없고, 시종일관 진흙탕 싸움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전대 폭력 사태가 벌어진 건 지난 1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 자리였다. 한동훈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려 하자,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청중이 “배신자”, “꺼져라”를 연호했고, 이에 한 후보 지지자들이 반발하면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한 청중은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 던지려다 제지당했고, 원희룡 후보 지지자와 한 후보 지지자 간 장외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각목 부대가 설치던 독재정권 시절도 아니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열성 지지자들 간 의견 대립과 갈등이야 종종 벌어진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폭력’이 동원돼선 안 된다. ‘극단의 정치’가 어디까지 가는지, 최근 미국 정치에서도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는가. 민주 정당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품격을 갖춘 토론과 대화로 이견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보이는 모습은 상대를 제거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거친 막말과 독설로 인신공격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원 후보는 한 후보를 “배신자” “강남 좌파”라며 낡은 색깔론까지 동원했고, 한 후보도 “오물 투척” “노상 방뇨” 같은 원색적 비난으로 공격했다. 당내 선거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야당을 향해선 또 어떻게 나오겠는가.

이들이 국민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극단적인 충돌을 부추기는 건 민심보다 강성 당심만 잡으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민심 대 당심 반영률이 2 대 8인 상황에서 이전투구에 실망하는 민심의 향배는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 원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지지층을 겨냥해 공포 마케팅을 벌이고, 한 후보도 자신의 강성 팬덤만을 보며 독설과 비아냥을 쏟아낸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다 없었던 일로 하고 ‘민심’은 그때 가서 챙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실망한 민심이 그리 쉽게 돌아오리라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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