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단위 자사고 1인당 학부모부담금 1335만원... 일반학교의 약 19배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전국단위 자사고의 1인당 학부모부담금은 1355만 8000원으로 일반학교(71만 3000원)의 약 1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고교서열화가 야기하는 교육불평등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고등학교 학생 1인당 학부모부담금(2023년 결산 기준)' 자료를 교육부에 요청해 살펴본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분석 결과, 광역단위 자사고는 849만 7000원으로 일반학교의 11.2배였으며, 외국어고는 849만 7000원으로 일반학교의 11.9배, 국제고는 638만 3000원으로 일반학교의 9배인 것으로 집계됐다.
고교 유형별 학부모 부담금을 가구소득과 견줄 경우 전국단위 자사고는 4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1.5배, 외고와 국제고는 각각 1.6배와 1.2배에 해당한다.
학교별로는 ㄱ자사고가 3657만 1000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무려 일반학교의 51.3배나 되는 금액이며 4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6.8배에 해당한다. ㄴ국제고 2631만 7000원, ㄷ외고 2126만 3000원이었다. 1000만 원이 넘는 곳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 71교 중에서 23교로, 세 곳 중 하나는 학부모부담금이 1000만원을 넘는 셈이다. 1000만원이 넘는 23교는 전국단위 자사고가 8교, 광역단위 자사고 1교, 외고 13교, 국제고 1교였다. 이러한 수치는 일반학교 대비 3% 밖에 되지 않는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최대 일반학교의 50배 이상, 중위소득의 6.8배나 되는 학부모부담금을 지출할 수 있는 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게다가 이들 학교 유형에 입학하면 공교육비만 1000만원 이상 쓰는 것이 아니었다. 공교육비에 버금가는 사교육비를 추가적으로 더 쓰고 있는 것. '희망 고교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강득구 의원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조사, 2023.)' 결과에 의하면 월 15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생의 비율이 자사고는 29%, 외고‧국제고는 21.7%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고(월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비 지출 학생 비율 7.1%)와 비교했을 때 각각 4배, 3배 가량이나 높은 수치다. 즉 자사고‧외고‧국제고에 진학한 학생들은 연간 1000만원 이상의 공교육비를 기본적으로 부담하는 데다가 서너 명 중 한 명은 2000∼3000만원 가량의 사교육비를 추가적으로 더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 이러한 상황은 부모의 경제적 배경에 따른 교육불평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런데 일반학교의 10배 이상, 최대 50배 이상의 공교육비를 부담하는 자사고에 진학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그만큼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주목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해 자사고 33교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일반고의 진로선택과목 개설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진로선택과목 개수의 중앙값은 자사고 37개, 일반고 35개로 단 두 과목 밖에 차이 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자사고 33교 중 절반에 가까운 15교(45.5%)는 진로선택과목 개수가 일반고 중앙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자사고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교과목을 편성해 운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별도의 유형으로 지정된 학교다. 현행 고교 교육과정은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과목 선택 확대를 위해 '진로선택과목'이라는 체계를 두고 있으므로 자사고는 분명 이 부분이 일반고보다 특화되어 있어야 하지만, 현황을 살펴보니 일반고와 비슷하거나 못 미치는 수준으로 나타난 것.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면 자사고는 더욱 존재의 이유가 없게 된다며 모든 고교에서 진로와 적성에 따른 교과목 개설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는데 이를 위한 별도의 학교 유형이 존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최근 서울 지역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현황을 보면, 정부가 고교학점제 추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대성고, 경문고, 동성고, 숭문고, 한가람고, 장훈고가 일반고로 전환됐고 최근 이대부고도 일반고로 전환하기 위해 자사고 지정 취소를 신청했다. 이들 학교가 일반고로 전환하며 밝힌 입장문을 종합해보면, '고교학점제 추진'으로 인해 자사고의 지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학교의 설립이념과 양질의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이 좋겠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고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고려할 때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별도의 고교 유형을 두는 고교서열화 정책은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며, "모든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이를 위해 별도로 소수의 학교 유형을 남겨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언급한 다수의 자사고가 일반고로 자발적 전환을 선언한 사례가 그 증거"라면서 "더군다나 불필요한 고교서열화 정책으로 인해 학부모로 하여금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면 국가는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정부에서는 2025학년도부터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고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윤석열 정부는 고교학점제는 추진하면서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유지하겠다는 모순된 결정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민은 막대한 교육비 부담과 국가 정책이 교육불평등을 자초하는 혼란상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를 막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조속히 고교체제 규정을 명문화하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 현재 고교의 유형은 시행령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이를 수정해 정반대의 정책을 내놓는 판에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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