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예술은 없다’…하비에르 카예하(Javier Calleja)가 말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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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형형색색의 머리카락에 커다랗고 촉촉한 깊은 눈을 가진 아이가 등장한다.
작품 '눈이 큰 아이'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카예하는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과 검은 고양이 등 만화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황과 감정을 다양한 표정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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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형형색색의 머리카락에 커다랗고 촉촉한 깊은 눈을 가진 아이가 등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렸다는 이 캐릭터는 작가의 자화상이자 분신이기도 하다.
‘아무리 힘든 삶에도 희망은 있다’를 작품으로 드러내며 감정을 이야기하는 스페인의 예술가 하비에르 카예하(Javier Calleja)의 특별전, ‘이곳에 예술은 없다’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작품 ‘눈이 큰 아이’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카예하는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과 검은 고양이 등 만화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황과 감정을 다양한 표정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카예하의 국내 첫 대형 단독 전시다. 카예하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과 처음 선보이는 10여 점의 대형 페인팅, 피규어, 드로잉 등 신작까지 120여 점의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쪽 흰 벽면 가득 카예하가 전시 개막 전 남겨놓은 현장 드로잉과 마주할 수 있다. 단조롭고 지루한 전시장의 흰 벽을 대담한 장식과 디스플레이로 가득 채운 작업. 진지함과 유머를 균형 있게 맞추는 그의 세계관을 살짝 들여다보며 전시는 시작된다.
이어 벽면엔 ‘노 아트 히어(No Art Here)’란 팻말을 든 손이 툭 튀어나와 있다. ‘엉망진창’ 문구를 들어 올린 빨간 모자를 쓴 소년의 조형물과 그림을 그리다 잠시 멈춘 아이 등등. 어린이들의 다양한 행동과 상황, 표정을 묘사한 작품들은 곧바로 동심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그림에는 아이의 다양한 표정이 눈길을 끈다. 빈둥거리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한 아이, 두꺼운 책들을 머리에 인 채 구석에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 현실적인 작가의 표현법과 그만의 해학적인 해석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가식적이고 난해한 현대미술에 염증을 느끼고 만화 같은 그림을 선보이는 그는 작은 캔버스부터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했던 추억을 꺼낸다. 단순하게 보이는 캐릭터에는 행복과 반항, 슬픔과 위로, 공감과 분노 등 작가가, 혹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또 만화적이지만 살아있는 듯 사실적인 눈빛에선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 규칙과 반항 등 감정 사이를 오가는 순간의 찰나를 느낄 수 있다.
전시의 어린이들을 마주하다 보면 삶에 치이고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발견하며 견뎌내는 어른의 모습이 투영된다.
가슴에 ‘퍽(fuck)’이라는 욕설을 단 피규어는 때론 분노를 확실하게 표현해야 하는 인간의 본성을, 작품 ‘세잎 클로버를 가진 아이’는 세잎 클로버를 가지고도 행복해하는 아이를 통해 삶이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려는 작가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명이자 카예하의 초기 대규모 조각 설치 작품인 ‘No Art Here’(2019)는 건축과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고, 이성적인 논리를 무시한다.
작품은 그가 창조한 여러 인물들이 그의 작품세계에서 확실하게 자리잡도록 했다. ‘이곳에 예술은 없다’는 저항할 수 없는 자기비하적 유머가 가미된 문장으로, 그 문장 주위를 맴도는 작가의 태도가 그의 예술적 언어의 중요한 부분이 된 것.
전시에선 2017년 홍콩 데뷔 당시 마지막으로 선보였던 소형 종이 초상화도 내걸렸다. 수채화와 목탄으로 완성된 이 작품들의 재등장은 카예하가 항상 추구했던 미지에 대한 탐구와 자신의 작업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이 깃들어 있다.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카예하만의 예술세계는 10월 27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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