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육탄전으로까지 번진 여당 전대, ‘분당대회’ 소리 들리나
국민의힘의 7·23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 문자로 덮이고, 후보들의 막말과 이전투구로 얼룩지더니, 급기야 지지자들의 육탄전으로 번졌다. 집권여당 새 지도부를 뽑는 전대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난장판이다. 이러니 당내에서부터 ‘분당대회’ ‘자폭 전대’라는 자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참패한 여당의 쇄신은커녕 무능·무책임만 민심에 깊이 각인되고 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부 권력 다툼에 빠진 정부·여당만 이를 모른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전대 충청권 합동연설회는 갈 데까지 간 여당의 분열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줬다. 한동훈·원희룡 후보 지지자들이 “배신자” “꺼져라” 등 욕설과 야유를 주고받더니 결국 몸싸움과 의자까지 집어던지는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후보들은 온갖 네거티브로 전대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지지자들은 ‘난동’을 벌이는 막장극의 상황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 각 캠프에 공문을 보내 폭력 사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면서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지지자들의 폭력 난동은 그간 후보들의 극단적 비방과 죽고살기식 대결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배신의 정치 공방, 총선 고의 패배 주장, 색깔론에 “노상방뇨·다중인격” 등 온갖 험한 말과 진흙탕 폭로가 난무했다. 오죽하면 추경호 원내대표가 12일 “요즘 국민에게 제일 걱정을 끼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라고 힐난했겠나. 폭로전의 결과로 김건희 여사 문자 사태, 댓글팀 논란 등 정부·여당이 감당해야 할 국민적 의혹도 한둘이 아니다.
이래선 전대 이후에도 여당에 제 모습과 국정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벌써 차기 지도부 ‘조기 낙마’ 음로론이 나도는 게 여당의 현실이다. 분당이 되거나 한 지붕 두 가족의 심리적 분당 상태에 들어가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렵고, 저출생·연금 등 국가적 난제도 첩첩인데 이런 여당을 바라봐야 하는 국민들 마음은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여당은 국민들의 최소한 믿음마저 허무는 자멸적 권력 다툼을 중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대를 진흙탕 속으로 몰고 간 한·원 후보 측이 자성하고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실도 말뿐인 ‘불개입’이 아니라 분명하고 가시적인 조치를 내놔야 한다. 한 후보를 겨냥한 6개월 전 김건희 여사 문자가 돌연 공개되고 친윤계가 ‘윤심팔이’를 하는데 대통령실의 ‘중립’ 주장을 누가 곧이듣겠는가. 국민의힘은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모바일 투표에 들어간다. 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남은 1주일만이라도 비전을 밝히고, 국민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전대가 되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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