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사태 치달은 소수 여당의 '동물전대'… 그래도 '네 탓' 공방에 공멸 우려까지
육탄전까지 불사하는 ‘내전'으로 치달아
미래·현재 권력 패권 다툼 양상에
‘중재 역할’ 당 지도부도 무기력
“보수 가치 재건해야 국민 신뢰 얻을 것”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급기야 지지자 간 육탄전을 불사하는 ‘동물 전대’로 치달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 쪼그라든 집권여당이 쇄신은커녕 내전(內戰)에 빠진 형국이다. 늦게라도 위기 상황을 직시해 당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당대표 후보들은 정작 폭력 사태 이후에도 ‘반성’이 아닌 ‘네 탓 공방’으로 일관했다. 16일 국민의힘에서는 "당이 공멸의 기로에 서 있다" 우려까지 제기됐다.
친윤 vs 친한 극한 대결이 '동물 전대' 초래
지난 15일 발생한 전대 폭력 사태는 사실상 예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권 레이스 초반부터 심상치 않던 4명의 당대표 후보는 지역순회 합동연설회와 잇따른 TV토론회에서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자극적인 네거티브 공방으로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주로 친윤석열(친윤)계 지원을 받는 원희룡 후보가 한동훈 후보를 겨냥해 비례대표 사천 공천과 김경율 금융감독원장 추천, 여론조성팀 운영 의혹 등 융단폭격을 퍼붓고, 이에 나경원 후보가 둘을 모두 싸잡아 비판하면서 혼탁해졌다. 이에 질세라 한 후보도 원 후보를 겨냥해 "노상 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간다" "다중인격 같은 구태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원색적 비난으로 응수하자 이들을 지켜보는 지지자들도 점점 거칠어졌다.
현재권력인 윤석열 대통령과 미래권력인 한 후보 간 여당의 헤게모니 싸움 성격으로 전대가 흐르고 있는 것도 폭력 사태까지 번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후보가 출마선언부터 채 상병 특별검사법 조건부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고, 이에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씹는)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신구 권력의 갈등이 최절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적극 제지해야 할 당 지도부나 중진들의 안일한 대응도 전대를 난장판으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TV토론회 등을 통해 후보 간 볼썽사나운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구두 경고만 할 뿐 방향을 틀 만한 중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폭력 사태에 이를 정도로 상황이 고조되기 전까지 당 지도부나 중진 의원들이 나서서 분당 행위를 끊어야 했다"며 "이들이 미래권력과 현재권력 사이에서 눈치를 보거나 극렬 지지자들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을 피한 게 문제"라고 했다. 당 내부에서는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당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반성 없이 신경전..."비호감 전당대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이대로라면 전대 이후가 우려되지만 후보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보다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한 후보는 이날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자꾸 '상호 충돌' '상호 비방'이라고 하는데 제가 네거티브를 하나라도 한 게 있느냐"고 반문했고, 원 후보도 TV조선 유튜브 방송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는 유튜버가 저를 지지하는 유튜버를 폭행하는 영상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나 후보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후보, 한 번은 참았어야 할 후보가 당에 너무 큰 혼란을 몰고 왔다"고 한 후보를 직격했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당 내부에서는 "전대 이후의 후폭풍이 두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전대 이후에도 갈등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사석에서는 한 후보나 윤 대통령 가운데 누구 하나 탈당을 할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보수의 차기 리더들이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뒤 지지율 상승)를 누려야 할 기회가 인간성의 바닥을 보여주는 비호감 전당대회가 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의 이런 모습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더 암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정치학) 교수는 "진보진영이 압도적 다수이다 보니 긴장감을 상실하고 패권적 모습을 보이는데, 보수까지 분열하면 자칫 사회가 공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며 "보수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품위·절제·신중함 등 보수의 가치로 다시 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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