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피격 이틀 만에 귀에 붕대 감고 깜짝 등장… 극적인 ‘대관식’

권경성 2024. 7. 16.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밀워키 현장
“USA!” 연호에 불끈 쥔 주먹으로 화답
차남 호명으로 세 번째 대통령 후보에
부통령 후보에 닮은꼴 40세 밴스 지명
15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 현장 모습. 대형 스크린에 이날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틀 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은 채 등장하자 1만8,000석 규모 행사장을 꽉 채운 참석 당원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밀워키=권경성 특파원

15일 밤 9시쯤(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 미국프로농구(NBA) 구단 밀워키 벅스 홈구장 천장에 매달린 대형 스크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습이 나타났다. 수용 인원 1만8,000명 규모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각 주 대의원 등 공화당원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나흘 일정의 미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이날, 그가 당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틀 전 죽다 살아났다.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총에 맞았다. 암살 시도였다. 총알은 그의 머리에 맞는 대신 귀를 관통했다. 피격 뒤 처음 공개석상에 깜짝 등장한 그의 오른쪽 귀가 흰색 붕대로 덮여 있던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동 모습이 전광판에 비치는 동안,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에스에이(USA·미국)”를 연호했다.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고도 했다. 피격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단을 떠나며 거듭 외쳤던 “싸우자(Fight)” 구호가 재연되기도 했다. 그는 불끈 쥔 주먹으로 화답했다.

행사에서는 올 11월 대선에 함께 나설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가 처음 나란히 앉는 장면도 연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 옆에 앉아 래퍼 앰버 로즈 등 유명 지지자의 찬조 연설을 들으며 행사 종료 때까지 1시간가량 자리를 지켰다. 다만 직접 연설을 하지는 않았다.


케네디 Jr와 후보 단일화 시도

15일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가 개막한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서 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틀 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를 붕대로 감은 채 찬조 연설을 듣고 있다. 밀워키=EPA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개막한 대회에서 ‘롤콜’(호명 투표)을 통해 2016,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주별 대표자가 순서대로 나와 자기 주에 배정된 대의원이 누구에게 투표할지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전체 대의원 2,429명 중 2,378명(98.3%)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는데, 차남 에릭이 대표인 플로리다주의 투표 때 후보직 확정에 필요한 과반을 득표했다. ‘대관식’이 아들의 호명으로 정점에 이른 셈이다.

차기 정부 국정 비전과 공약이 포함되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은 마지막 날인 18일 이뤄질 예정이다. 메시지는 ‘통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수락 연설과 관련해 “나라 전체와 세계 전체를 함께 뭉치게 만들 기회”라고 말했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 공격’ 위주로 작성됐던 연설문을 버리고, 피격 사건 뒤 새로 썼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는 피격 이후 더 거침없다. 이날 오전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와 비공개로 회동해 단일화 가능성을 타진했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민주당 출신이지만, 그에게 표를 주려는 공화당 지지자도 상당하다는 게 여러 여론조사 결과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사퇴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공식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귀한 몸’이 됐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경호 수준을 상향했다”고 발표했다.


승부처 가져올 러닝메이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15일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행사가 열린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포럼에 등장해 이날 자신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과 악수하고 있다. 밀워키=로이터 연합뉴스

사실 대회 개막일 최대 관심사는 누가 부통령 후보가 될지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래 숙고하고 다른 많은 분의 엄청난 재능을 고려한 결과 미국 부통령직을 맡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위대한 오하이오주의 밴스 의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밴스 의원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곧장 부통령 후보로 승인됐다.

초선인 밴스 의원은 1984년 8월생으로 올해 40세다. 78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마흔 살 가까이 젊다. 공화당 후보의 고령 이미지가 상쇄될 수 있다. 대선 승부를 가를 격전지인 ‘러스트벨트’(중서부 제조업 쇠락 지역)의 경쟁력 강화도 트럼프 전 대통령 의도다. 그는 “(밴스가)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이 대변하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등 (접전 지역의) 노동자와 농민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SNS에 썼다.

화룡점정은 밴스 의원의 ‘포퓰리스트’(대중인기영합주의자) 면모다. 이민과 기후변화, 전쟁 등 주요 분야에 걸쳐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의견에 적극 동조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밴스는 스타일·견해 면에서 트럼프의 보수적 포퓰리즘 운동과 긴밀히 연관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밀워키(미국 위스콘신주)=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