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의 선택] "경제는 역시 트럼프"… 붉은모자들 대선 끝난듯 열광

최승진 특파원(sjchoi@mk.co.kr), 문가영 기자(moon31@mk.co.kr) 2024. 7.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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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전당대회 대흥행
'美를 다시 부유하게' 주제
바이든 정책 조목조목 비판
행사장 자리 배치도 주목
부통령 후보 지명된 밴스
흑인·낙태 반대론자도 포진
자연스럽게 선거공약 노출
장녀 이방카 가족은 불참

◆ 2024 미국의 선택 ◆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 행사장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나오고 있다. 그의 깜짝 등장에 지지자들은 손을 들고 환호하며 "유에스에이(USA·미국)" "파이트(Fight!)"를 외쳤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전당대회가 열린 15일 저녁 9시께(현지시간)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 빨간 넥타이를 한 채 오른쪽 귀에 거즈를 붙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형 전광판 화면에 잡히자 행사장은 일순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이내 트럼프 전 대통령 등장 음악인 '갓 블레스 더 유에스에이(God Bless The USA)'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원곡 가수인 리 그린우드가 직접 마이크를 잡은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 45대 대통령이자 47대 대통령 예정자"라고 소개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대가 아닌 1층 객석 뒤편 VIP 출입구로 입장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향했다. 그는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을 때마다 "고맙다(thank you)"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리 앞에 도착하자 장내에서는 "싸우자(fight)"는 단어가 울려 퍼졌다. 그가 피격 후 다시 일어나 주먹을 들고 외쳤던 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낮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의원 절반 이상을 확보하며 사실상 공화당 대선후보로 활동해왔으나 전당대회에서 공식 지명되면서 절차상으로도 완전한 후보가 된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도착하기 1시간 전인 오후 8시에는 무대 맞은편 '패밀리 박스' 좌석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빨갛게 칠해진 벽면에 하얀 소파가 놓인 이곳은 누가 봐도 공화당 최고위급이나 최고 수준의 기부자들이 앉을 VIP 좌석이다.

얼마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할 인물들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암살 시도에서 목숨을 건진 뒤 첫 공식석상인 만큼 이곳에서 함께할 인사들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4년마다 개최되는 전당대회는 공화당 최대 행사로, 공화당 소속 가운데서도 힘 있는 인물들은 모두 집결하고 어느 행사보다도 강한 의전 수준이 적용된다. 그렇기에 이 좌석에 앉은 면면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이너서클' 그리고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때 미래 권력 지형을 알아볼 단초를 읽을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왼쪽에는 이날 낮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 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이 앉았다. 미국 정치계를 놀라게 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 오른편에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플로리다)이 자리했다는 점이다. 한때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도널즈 의원은 '백인 일색'인 패밀리 박스 멤버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었다. 흑인 지지도가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 측 지지자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도널즈 의원 옆에는 '트럼프의 입'으로 불리는 전 폭스뉴스 앵커인 방송인 터커 칼슨이 낙점됐다.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난 이후 공화당 지지자가 됐다. 칼슨은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강력하게 추천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밴스 의원 왼쪽에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앉았다. 지난해 10월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그는 곧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공식 표명했을 정도로 '트럼프의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힌다.

바로 옆에 존슨 의장의 부인 켈리 존슨 여사도 동석했다. 이날 부부가 함께 흰 소파에 앉은 인물은 트럼프 일가를 제외하면 존슨 의장과 켈리 존슨이 유일했다. 켈리 존슨은 기독교계 목소리를 반영해 낙태 반대 운동을 벌여온 인물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하원의장 부인 자격으로 참석했다기보다 선거전략에 따른 좌석 배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뒷줄은 자녀들과 배우자들이 차지했다. 법조인 출신으로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킴벌리 길포일이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배우자 자격으로 나란히 앉았다. '트럼프 1기'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첫째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미국을 다시 한번 부유하게(Make America Wealthy Once Again)'를 주제로 열린 전당대회에서는 주로 경제 문제를 다뤘다.

연설자들이 연단에 오르기 전 상영한 영상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세금 인하와 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면서 전례 없는 경제 호황을 누렸다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이 미국 산업과 노동자에게 혜택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 상승률과 휘발유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정부의 '약점'을 건드린 것이다. 팀 스콧 연방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가정을 무너뜨리고 있고 이민정책이 노동계급 가정을 해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운전대에서 잠들어 있고 우리는 절벽을 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밀워키 최승진 특파원 / 서울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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