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뚝심…바이오 육성 빛이 보인다

그룹 미래 먹거리 점찍은 후
LG화학 중심으로 신약 집중
연구개발 투자 5년새 3배로
희귀비만증 신약기술 美수출
신장암 제약회사 인수합병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이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A·B·C) 중 바이오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면서 향후 LG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16일 LG그룹에 따르면 LG 바이오 부문은 신학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하며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 확대해 나가는 동시에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첨단 바이오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LG 바이오 사업을 이끄는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해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8년 5751억원에서 지난해 1조1830억원으로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확대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파른 R&D 투자 증가세다. 2018년 1238억원에서 지난해 3750억원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올해 1분기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R&D에 전년 동기(650억원) 대비 66.2% 증가한 1080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850억원,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은 37.9%에 달하는데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매출 대비 R&D 비용 규모는 2022년 처음으로 30%를 돌파한 후 줄곧 30% 이상을 유지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 관계자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바이오 부문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규모 R&D 투자를 이어 나가며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와 총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아베오파마슈티컬스 인수·합병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에티온 등 바이오 분야 스타트업 3곳에 투자했다.

구 회장이 취임한 후 LG는 LG화학을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바이오 사업 육성에 몰두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22년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R&D 시설을 찾아 신약 파이프라인 구축·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역량 강화에 주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보스턴을 찾아 신약 사업 방향과 글로벌 상업화 역량 강화 방안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현재 LG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를 언급하면서 바이오 사업에서도 '도전의 역사'를 써 나가자고 당부했다.

[박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