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도 신축만 찾아 …"새집 매물은 집구경 줄줄이 대기"
5~6월 서울 매매 1만1천건 중
10년이하 준신축이 25% 차지
가격 상승도 새아파트가 주도
올 15년 미만 1.4% 상승할 때
더 오래된 집은 1%도 안올라
재초환·분상제 규제 완화해야
도심 공급 원활하게 이뤄져
◆ 주택 공급절벽 ◆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 나가자 40대 최 모씨(경기도 성남시 거주)는 서울로 갈아타기를 해보기 위해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나 최씨는 집 구경은커녕 사무실에 들어가 볼 수도 없었다. 공인중개사무소 대표가 "예약하지 않으면 집을 둘러볼 수 없다"며 최씨를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덕 그라시움'(2016년 준공)과 '고덕 아르테온'(2020년 준공) 등 주변 신축 아파트를 보려는 예약자들이 줄을 이었다. 최씨는 "다른 동네도 가보는데, 신축 아파트가 몰려 있는 동네는 집을 구경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열기를 더해가는 가운데 특히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거래량과 가격 모두 신축급 아파트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하면서 신축을 선점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 거래량이 급증한 지난 5~6월 총 1만1184건의 매매 거래 중 2015년 이후 준공한 입주 10년 차 이하 아파트는 1781건으로 전체의 24.9%를 차지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 4건 중 한 건은 10년 이하의 준신축이었던 셈이다.
연초와 비교해도 신축 구매 비중이 급증했다. 올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10년 차 이하 아파트 비중은 18.7%였다. 불과 넉 달 만에 신축 비중이 6.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와 비교해도 신축 선호 현상은 두드러진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2020년 6~7월이었다. 두 달간 2만7571건이 거래됐는데, 당시 입주 10년 차 이하 아파트는 4438건(16.1%)에 불과했다. 당시보다 현재 8.8%포인트 늘었다.
비슷한 입지라도 건축연한에 따라 거래량이 극명하게 달랐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창전래미안'(1998년 준공)과 인근 '신촌숲아이파크'(2019년 준공)는 1000가구 안팎의 비슷한 규모지만 최근 거래량(5월 이후)은 창전래미안이 7건, 신촌숲아이파크가 17건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신축 선호 현상이 짙어진 것은 공급 절벽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진 탓이다.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성이 악화해 도심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신축의 희소성이 높아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1~5월) 서울 주택 인허가 건수는 1만530건으로 전년 동기(1만6357건) 대비 35.6% 감소했다. 재작년 같은 기간(1만9172건)의 '반 토막'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분양가와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점도 신축급 아파트 거래를 부채질하고 있다. 높은 분양 가격이 부담스러운 청약 대기자들이나 전셋값 고공행진으로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실수요자들이 매수로 돌아서는 가운데, 이 중에서도 신축급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182건으로 2021년 2월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년7개월 만에 6000건을 돌파했다. 6월 거래량은 이달 말까지 집계되는데, 추세상 8000건까지 증가할 분위기다.
신축 아파트 구매 행렬은 특히 서울 강동구에서 뚜렷하다.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입주 6년 차(2019년 9월 준공·4932가구) 아파트 '고덕 그라시움'은 5~6월에만 무려 90건이 손바뀜됐다. '래미안 힐스테이트 고덕'(2016년 준공·3858가구)은 56건, '고덕 아르테온'(2020년 준공)은 55건이 거래됐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하도 집을 보려는 이들이 많아 세입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가격도 신축 위주로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준공 15년 차 기준으로 상승률이 갈린다. 준공 15년 이하 아파트는 올해 들어 1.4% 이상 오른 반면, 15년을 초과한 아파트는 1%도 채 오르지 않았다. 2016년 준공돼 입주 9년 차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1976가구)는 전용면적 59㎡가 연초 14억원대에 거래되다 최근 16억원을 넘어섰다. 이 아파트가 반년 만에 2억원가량 오르는 동안, 인근 입주 24년 차인 금호대우아파트(1181가구)는 전용 84㎡(12층)가 연초 13억원에서 최근 13억4000만원으로 4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강남권에서 15년 이하 아파트는 매매 가격이 이미 전고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의 6월 매매가격지수는 106.1로, 전고점인 2022년 1월(105.6)을 넘어섰다.
실제 송파구 송파동의 입주 14년 차 '래미안송파파인탑'(794가구) 전용 84㎡는 최근 18억7000만원에 팔려 기존 최고가(2021년)인 17억6500만원을 1억원 이상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정비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경진 밸류맵 시장분석팀장은 "현 부동산 시장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분양가상한제 완화 등 규제를 풀어 정비사업을 통한 도심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수급 불균형이 심한 서울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현시점에선 공사가 중단되는 단지들의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현장 지원책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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