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랑 이야기할래?"… 경찰, 우울증으로 투신하려던 10대 구해

경찰이 극단적 선택을 막는데 특화된 전문요원을 투입한 끝에 아파트에서 투신하려 한 10대 소년을 구조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3일 서울서초경찰서. /사진=뉴시스

경찰이 서울 한 아파트에서 투신하려던 10대 소년을 설득한 끝에 구조했다.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을 막는데 특화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투입해 소년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서울서초경찰서는 지난 15일 오후 8시30분쯤 서초구 한 아파트에서 "강남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거라고 한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신고자가 보낸 사진을 토대로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15개 동을 집중 수색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아파트 도로변에 있는 순찰차와 소방차의 경광등을 끄는 등 자극이 될만한 환경을 없앴다. 이어 낙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에어매트 6개를 설치하고 옥상 문을 강제로 열었다.

아파트 옥상엔 10대 남학생 A군이 쪼그려 앉아있었다. 경찰이 접근하려 하자 A군은 뛰어내릴 듯한 행동을 반복했다.

경찰은 접근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서초서 위기협상 전문요원 2명을 투입했다.

위기협상 전문요원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려던 10대 소년과 2시간30분 대화를 나눈 끝에 소년을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구조현장. /사진=뉴시스(서울서초경찰서 제공)

전문요원 2명은 A군과 정서적 친밀감을 쌓아갔다. 이들은 A군의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음료 등의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들은 A군이 혹시라도 위협을 느낄 수 있어 형·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친밀감을 쌓았다.

2시간30분여 동안 설득을 이어가던 중 A군이 전문요원에게 보조배터리를 요구했다. 그들은 조금만 가까이 와달라고 요구했고 A군은 스스로 넘어오겠다고 대답했다. 이때 전문요원은 A군 손을 붙잡아 끌었고 특공대원이 그의 상체를 잡아 구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우울증으로 투신하려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초서는 지난 4월30일부터 전국 최초로 납치 감금과 인질강도, 112신고가 가장 많은 극단적 선택 시도자에 특화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우며 지난달부터 이들을 현장에 전격 투입했다.

최진원 기자 chjo063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