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시대 데이터 보호무역주의

2024. 7. 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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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개발 및 활용과 관련하여서는 핵무기 감축 협정에 준하는 국제 조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불확실한 시대를 맞아 데이터와 AI에 대한 주요국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우리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도 글로벌 협력을 도모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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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개발 및 활용과 관련하여서는 핵무기 감축 협정에 준하는 국제 조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AI 시대를 맞아서 데이터 확보와 통제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 즉 데이터 보호무역주의를 예견하고 이의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거인의 예견대로 데이터 보호무역주의가 초래하는 갈등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이러한 갈등이 적성국 간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우방국 간에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는 점은 세계화라는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주목할 만하다.

올해 4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미국 자본주의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를 남겼다. 이른바 틱톡 금지법안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을 운영하는 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이 플랫폼을 1년 내에 제3자에게 팔지 않을 경우 미국 내에서 틱톡의 서비스 제공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공산주의 내지 전제주의 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자본주의의 최정점에 있는 국가에서 벌어졌다.

일본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네이버가 그 주인공이다. 일본 정부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을 운영하는 네이버에 라인을 일본 회사에 매각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다.

법의 지배를 핵심적인 원리로 삼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데이터 보호무역주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누가 데이터를 통제하고 자기 관할하에 두느냐에 따라서 국가 안보가 좌우되고 데이터 경제의 성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틱톡은 미국인 사용자만 1억7000만명에 이르는 동영상 플랫폼으로 특히 젊은 세대의 자기 표현, 정보수집 및 공유 수단으로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라인 역시 일본 국민 메신저로서 일본인들 간 통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틱톡, 라인, 이들은 단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사회적 인프라를 다른 국적의 기업이 운영하도록 둔다는 것은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국가의 정보기관 등에 의한 자국민의 데이터와 중요한 통신 정보에 대해 접근이 우려되기 때문이고, 또한 다른 국가 기업에 의한 무차별적 데이터 이용 및 AI 개발의 이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영향력하에 있다고 의심해 왔고, 이러한 차원에서 자국민의 데이터가 중국 정부에 의해 무차별로 접근되는 상황을 염려해왔다. 틱톡 금지법안 통과에 앞장서온 민주당 소속 상원 의원 마크 워너는 틱톡이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서 미국 청년들이 미국에 대해 부정적 관념을 가질 수 있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국가 안보 및 미래 먹거리를 둘러싸고, AI 시대의 데이터 보호무역주의는 불가피한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30년간 전 세계를 관통해온 세계화의 흐름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불확실한 시대를 맞아 데이터와 AI에 대한 주요국의 정책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우리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면서도 글로벌 협력을 도모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유창하 법무법인 린 외국변호사(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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