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잔인한 민낯···'인간다움'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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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가 발달하고 있지만 기술의 자리가 커질수록 인간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빠른 변화 속에서 인간성은 갈 곳을 잃고 있고, '진짜'가 무엇인지 판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전기 없는 마을'은 기술이 극단적으로 발달한 사회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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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로 발전된 과학문명 이후
소멸해가는 도시 이야기 그려
존재론 등 인문학 요소도 흥미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가 발달하고 있지만 기술의 자리가 커질수록 인간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빠른 변화 속에서 인간성은 갈 곳을 잃고 있고, ‘진짜’가 무엇인지 판별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전기 없는 마을’은 기술이 극단적으로 발달한 사회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인간성의 회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극은 총 세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며 각 이야기는 서로 연결돼 영화 ‘인셉션’을 떠오르게 한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인 재이와 이든은 AI다. 전기가 권력이 된 세상 속 소멸이 예상되는 마을의 전기망을 끊는 임무를 하던 도중 마지막 임무로 자신들의 전기를 끊는 임무를 받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를 지켜보는 기준과 재하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들이 만들어 놓은 디지털 트윈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하고 동시에 자유의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하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소멸 직전의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영란과 그의 곁을 지키는 원식을 그렸다. 영란의 이야기를 통해 소멸과 탄생이 계속해 순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극을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다. 14일 열린 예술가와의 대화에서 김연민 연출은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과학기술과 연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과 AI, 양자역학과 시뮬레이션 다중우주에 대한 개념이 극에 등장한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카이스트의 지난 1년 전기료가 10년 전 전기료의 세 배가 됐다”며 “우리 인류가 앞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겁이 난다”고 극을 호평했다.
존재론과 실존철학 등 인문학적인 요소들도 흥미롭다. 현실을 완벽하게 복제한 디지털 트윈이 있다면 그것은 진짜 실존하는 것인가. AI가 결국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이론처럼 원본을 모사한 복제가 원본을 넘어서게 될까. ‘시뮬라르크’는 원본보다 더 진짜 같은 역할을 하는 복제품을 말하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은 ‘시뮬라시옹’이라 한다.
배우의 행동을 그대로 스크린에 출력하는 디지털 아트와 우주 속 먼지와도 같은 인간을 의미하는 포인트 클라우드가 극에 등장하는데 이는 수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길게 구성된 무대와 무대 가운데 구조물이 쓸쓸함을 더한다.
김 연출은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기술과 공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관객 분들이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며 “사라지는 기억과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과학기술을 통해 기록으로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40년 연기 인생의 배우 강애심이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이끈다. 공연은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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