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 잡은 트럼프…'마가 상속자'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다
마가운동 후계자 밴스 발탁해 고립주의 강화
사법리스크 사실상 사라지며 자신감 커져
갈등에서 통합 강조 나선 트럼프..18일 연설 주목
[밀워키=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78) 전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을까. 그는 기존 문법을 죄다 파괴했다. 통상 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는 사흘째 발표한다. 후보자도 마지막 날에 등장한다. 마치 오페라 클라이맥스처럼 후반으로 갈수록 분위기가 고조되는 ‘컨벤션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이미 나약해진 조 바이든 대통령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부통령 후보 선정부터 그랬다. 피격 사건 이후 통합을 강조했던 그는 중도성향의 인물 대신 그의 ‘아바타’로 불리는 J.D. 밴스(39) 오하이오 상원 의원을 지명했다. 발표는 트럼프의 소셜트루스 계정을 통해서 전격으로 이뤄졌다.
밴스 의원은 가난한 백인에서 벤처 캐피털리스트로 성공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 엘레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비주류로 전락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아픔을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핵심 경합주인 ‘러스트 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지역 백인 노동자 계층을 공략하려는 트럼프에 맞춤형 인물인 셈이다.
밴스 의원은 한때 신랄한 트럼프 비판자였다. 트럼프를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고 악당 같은 얼간이 유명인’, ‘대중의 코카인’이라고 칭하며 각을 세웠던 그는 2022년 상원선거를 앞두고 돌변했다. 선거운동 기간 ‘2020년 대선을 도난당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트럼프의 지지를 얻고 당선됐다.
그는 이후 트럼프의 반(反)이민과 미국 우선(America First)주의, 고립주의 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적극적으로 주창하면서 트럼프의 잠재적 상속자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그를 “젊은 시절 에이브러햄 링컨을 닮았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밴스 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재임 시절 미국이 가장 발전한 시기였다. 부통령으로서 우리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와 약 40세 차이 나는 신인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삼아 젊은 유권자 표심 공략을 꾀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강성 친트럼프 이미지는 지지층 확장에는 약점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밴스 선택은 미국 우선주의 이념을 주장하는 고립주의 세력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밴스는 트럼프의 복제인간(클론)이며 차이를 모르겠다”며 깎아내렸다.
이런 반감이 있음에도 트럼프의 결단은 과감했다. 대선 TV토론에서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에 압승을 거뒀고, 지난 주말 피격을 당한 상황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강인한 이미지와 함께 동정론이 커진 게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법률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계류 중인 4건의 형사사건 중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큰 사건으로 거론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캐넌 판사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의 사법리스크를 단번에 제거했다. 성추문 입막음을 위한 회계장부 조작 혐의는 유죄평결이 내려졌지만, 나머지 사건은 죄다 대선 뒤로 미뤄졌다. 범죄자 이미지를 씌워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밟으려던 바이든 캠프에는 치명타가 됐다.
다채로운 공화당 모습 띠려 했지만…결국 ‘트럼프 당’
백인 중심의 공화당은 이번 전당대회 연사를 여성, 노조, 유색인 등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다채로운’ 공화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했다.
하지만 외교·경제·이민 등 각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전면에 내세운 정강·정책을 그대로 채택했다. 부통령 선정도 결국 ‘트럼프 당’으로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과 미소로 과거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던 트럼프 전 대통령, 실제로 달라졌을까. 갈등을 부추기던 기존 연설을 폐기하고 ‘통합’을 강조하겠다고 예고한 18일 후보직 수락 연설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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