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발목 이중과세 없애달라"는 재계의 호소 [사설]

국내 기업들이 이중과세로 인해 경영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투자와 운영·성장 단계별로 산재한 이중 삼중의 세금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공장을 하나 지으려 해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도시지역분 재산세, 지역자원시설세, 지방교육세 등 국세와 지방세를 중복해서 내야 한다. 해외 경쟁국은 세제 혜택까지 줘가며 기업을 유치하는데, 국내 조세 정책은 되레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경영 활동을 옭아매고 있는 '이중과세' 문제를 꼭 개선하기 바란다.

16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중과세 문제점 분석' 보고서에서 국세·지방세 세목 25개 가운데 20개에서 이중과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자 상속세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우자 상속은 경제공동체인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배우자에게 이전하는 행위다. 그런데 배우자 상속분에 상속세를 부과하고 몇 년 후 그 배우자가 사망하면 자녀에게 또 상속세를 부과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 세대를 거치면 가업승계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매년 소득세를 내고 형성된 자산에 대해 최고세율 50%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도 이중과세다. 한 해 소득에 대해 최고 24%의 법인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보금에도 20%의 투자·상생협력촉진세를 따로 내야 한다. 토지 처분이익이 있으면 최대 40%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고도 법인세가 재차 부과된다. 모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배당받을 때도 자회사가 법인세를 내지만, 모회사는 배당소득에 대해 다시 법인세를 내야 한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조세 정책은 67개국 중 34위를 기록했다. 특히 법인세 경쟁력은 58위로 조세 경쟁력이 최하 수준이다. 세제가 이런 수준인데, 기업이 생존을 위해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 없다. 해외로 떠나면 국내 투자와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소비도 줄고 경제 전반의 성장 잠재력도 떨어진다. 조세 경쟁력을 높이려면 당장 이중과세 부담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