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경제는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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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다"라는 널리 회자되는 명제가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자칫 놓치기 쉬운 "경제는 신뢰다"라는 명제가 더 근본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명제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다음은 "경제는 신뢰다"라는 명제를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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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다"라는 널리 회자되는 명제가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자칫 놓치기 쉬운 "경제는 신뢰다"라는 명제가 더 근본적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명제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주류 경제학은 "모든 인간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를 전제로 한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어떤가? 같은 물건이지만 비싼 가격일 때 더 잘 팔리는 경우,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구매하는 행위, 같은 상황에서도 널뛰는 주식시장 등 합리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제 현상이 부지기수다. 이러한 경제행위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 주체의 심리 요인을 고려하는 행동경제학이 각광받고 있다.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이 모여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경기 흐름이 만들어진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반영된 소비자심리지수, 기업경기실사지수는 현재의 경기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미인대회이론은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심리 파악도 핵심 요소라고 역설한다. 경제심리는 중요하다. 이 명제는 경제하려는 의지, 야성적 충동, 창조적 파괴, 쉽게 말해 "잘살아보세"라는 말과도 연계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수요공급법칙과 동떨어져 시장참여자들의 유행 편승으로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밴드왜건 효과', 합리적인 이성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네덜란드 튤립 사건, 영국 남해기업의 버블, 비트코인 광풍 등 탐욕에 기반한 투기 열풍. 결국 이 명제는 필연적으로 일시성, 충동과 불안감, 비합리성을 내포한다.
다음은 "경제는 신뢰다"라는 명제를 들여다보자. 시장경제 질서의 실핏줄인 교환과 거래는 경제 주체 간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화폐경제학'이라는 책의 첫머리에서 섬나라 원주민들이 바다에 가라앉은 돌을 화폐로 인식한다는 사례를 인용한다. 화폐야말로 경제공동체 구성원들 간의 상호 합의와 약속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적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나중에 상환할 능력에 대한 국채 보유자들의 신뢰를 토대로 적자국채 발행이 가능하다. 주식시장의 경우에도 개별 주식의 단기적인 등락은 수급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인 주가 추이는 기업의 본질 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에 좌우된다. 최근 우리 잠재성장률의 추세적인 하락에 대한 걱정들이 많다. 장기적으로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은 튼실한 사회적 자본을 전제로 한다. 사회적 자본의 기초는 경제 질서를 구성하는 제도와 경제 주체 간 상호 신뢰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도 사회적 자본의 범주에 포함된다.
'심리'와 '신뢰' 둘 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상호 보완적이기도 하다. 비이성적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혁신 의지를 북돋는 등 심리를 적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건강한 시장경제, 건전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는 신뢰다"라는 명제를 절대로 잊으면 안된다. 경제정책, 재정정책, 통화정책, 산업정책의 모든 영역에서 탄탄한 신뢰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 심리에 치우쳐 신뢰를 다지는 작업을 소홀히 하거나, 심리를 살리기 위해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임기근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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