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GM 주문 쏟아지는데…파업에 1만대 생산 스톱
이달 하루 생산량 절반 급감
상반기 '車 수출 1위' 트랙스
생산 차질로 수출 메카 지위 흔들
273개 협력사도 초비상 사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차종(트랙스 크로스오버)을 제조하는 한국GM 공장이 보름째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임금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에 들어간 한국GM은 이달에만 1만10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조정을 끝내고 역대급 실적을 써 내려가던 한국GM의 기세가 한풀 꺾이게 됐다. 한국 자동차 수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목표 달성 물 건너가나
16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최대 외국인투자기업인 한국GM은 올해 생산 목표를 전년 판매량(46만8059대)보다 13% 늘어난 52만9200대로 잡았다. 북미 시장으로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달에만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4만1000여 대의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GM 노조가 이달 1일부터 잔업을 거부하고 8일부터 부분 파업에 돌입하면서 14일까지 1만1130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생산량이 절반가량 급감한 셈이다. 노조는 당분간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생산 차질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러 차례 철수설이 돌았던 한국GM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2% 급증한 13조7339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2013년 이후 최대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8% 급증한 1조3506억원에 달했다.
한국GM의 부활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신차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GM은 2018년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계획을 수립했고, 군산공장 매각 등 구조조정을 했다. 또한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라는 신차 2종을 투입해 수출을 확대했다. 한국GM은 미국 GM이 지분 76%, 산업은행이 17%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GM의 인기 차종은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한국GM 창원공장이 생산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21만6833대)는 지난해 4년 연속 수출 1위였던 현대차 코나(21만2489대)를 누르고 ‘수출 왕’ 자리에 올랐다. 부평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21만4048대)는 수출 2위를 차지했다. 한국GM이 만드는 차량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으로 대부분 수출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수출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GM은 상반기 내수 판매(1만3457대)가 29.1% 감소했지만, 수출(25만6000대)이 31% 늘며 전체 판매량이 25.7% 급증했다. 한국GM 판매량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생산 차질은 개별 업체의 문제일 뿐 아니라 한국 자동차 수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GM의 주요 차종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올 상반기 국내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3.8% 늘어난 370억1000만달러(약 51조1663억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GM 협력사 273개사 초비상
한국GM 노조는 17일까지 부분 파업을 연장하고, 만족하는 제안을 나올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대로 가면 이달에만 2만 대 이상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인상 외에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4995억원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사태 이후 기업회생을 위해 고통을 분담한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의 273개 협력사는 노사 간 갈등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한국GM 직원 수는 8789명이지만 협력사가 고용한 인력은 16만 명에 달한다.
한국GM 협력사 모임인 한국GM 협신회의 문승 회장(다성 대표)은 “유동성 위기를 걱정하는 협력사들이 벌써 나오고 있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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