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사태까지 간 국민의힘 전당대회···당내에서도 “부끄럽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경쟁 후보 지지자들 간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난장판으로 가고 있다.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원희룡 후보 측은 16일 상대 후보를 비판하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각각 진상조사와 수사의뢰를 촉구했다. 당 내에서도 “부끄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대표 후보간 충돌 상황은 지난 15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한 후보와 원 후보 지지자들간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 후보가 연설을 할 때 원 후보 측 지지자들이 “배신자”를 반복해 외쳤고, 이에 한 후보 지지자들이 항의하며 충돌했다. 한 지지자는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던지려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는 연설회가 열린 체육관 밖에서 건장한 남성 두명이 주먹을 휘두르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영상도 올라왔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모든 후보 캠프에 지지자들에 대한 각별한 주의 관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선관위는 또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폭력 사태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소란을 피운 당사자들에 대해선 다음 합동연설회장 출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전날 불거진 폭력 사태를 두고 후보들은 상대방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 후보는 이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제가 연설하는 과정에서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계획하고 와서 난동을 피운 거더라”라며 “원 후보 지지자들이 그렇게 연설 방해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 캠프는 당 선관위에 진상조사 및 수사의뢰를 요청했다. 한 후보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물리적 충돌에 가담한 이가 자유통일당 당원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하면서 “타 정당 소속자가 한 후보 측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다른 후보 캠프 측이 제공한 비표를 받고 입장했다면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 측도 즉각 반발하며 수사의뢰를 촉구했다. 원 후보 캠프는 언론 공지를 통해 “한 후보와 동행해온 것으로 보이는 자는 상대후보 지지자를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면서 “한 후보 측은 원 후보측의 책임인양 허위사실까지 무차별 유포하고 있다. 당 선관위는 즉각 수사의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에 기반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이 아닌 진흙탕 권력 투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 메시지와 관련한 당권 주자들의 공방에선 김 여사의 ‘당무 개입’ 여부보다 ‘읽씹’(읽고 답하지 않다) 논쟁이 주를 이뤘다. 결국 대통령 부부, 한 후보, 원 후보 모두 타격을 입으면서 “자해극”이라는 당내 평가까지 나왔다.
원 후보가 제기한 한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은 야당의 진상규명 압박을 불러오며 정국 쟁점이 됐다. 무리한 집안 싸움으로 자폭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증언과 증거들 나오고 있는데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 밝혀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후보 간 경쟁은 이른바 ‘지라시’를 둘러싼 고소·고발전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친윤석열(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자신이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를 짜고 있다는 글을 유포한 자들을 15일 고소했다. 이는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친윤계가 조기 낙마 계획을 가동할 거라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어느 사무실(캠프)에서 만들었는지 다 알고 있다”며 한 후보 캠프를 의심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부끄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어떻게 유출됐고 누가 공개를 허락했는지 미스터리인 여사님 문자, 왕조시대를 방불케하는 배신자 공격, 과포장된 백서파동, 낙선자 억장 무너지게하는 총선 고의참패 주장, 한동훈이 대표되면 100일안에 무너뜨린다는 이른바 김옥균 프로젝트, 마침내 유세장 폭력(까지 등장했다)”며 “부끄러움은 왜 제 정신으로 세상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몫이어야 하는가”라고 적었다. 그는 “정치인들의 민낯을, 그 무너짐을 지켜보는건 괴롭고 고통스럽다”고 덧붙였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역대 전당대회를 돌아봐도 이렇게 과열된 건 처음”이라며 “각 후보들도 다 책임이 있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전당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서로가 자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너무 속이 상한다”며 “당 지지율에 도움이 되거나, 어떤 인물들이 지도자감인지를 보여주는 게 컨벤션 효과인 건데, 주자들이 서로 싸우면서 약점이나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당 입장에서는 제일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 유튜버들이 선정성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부분이 드러난 것”이라면서도 “후보 누구라도 우리 모두가 생각해볼 부분이라고 대승적으로 얘기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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