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본회의 일정 합의 불발···‘최장 지각 국회’ 오명

문광호 기자 2024. 7. 1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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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이 16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 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민규 선임기자

여야가 1987년 이후 개원식 최장 지각 기록을 갈아치운 16일 국회 본회의 일정 합의에 실패했다. 17일부터는 개원식이 역대 가장 늦은 국회라는 오명을 매일 경신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기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전세사기특별법 등 법안과 탄핵 청문회의 절대 수용 불가를 외치는 여당과, 총선 민심과 민생현안 해결을 내세워 강행 처리를 불사하는 야당의 입장이 첨예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가진 결과 “결론은 민주당에서는 18일, 25일 본회의 개최를 희망했고 저희는 아직 상정할 안건이 정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없다 하고 마무리했다”며 “앞으로 계속 대화해서 매주 월요일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단이 함께 오찬 회동을 정례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동의할 수 있는 안건이 없기 때문에 회의 개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상 불발로 22대 국회는 1987년 이후 가장 개원식이 늦었던 21대 국회(7월16일)보다 개원식이 늦어지게 됐다. 아예 개원식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추 원내대표는 개원식에 대해 “개원식은 여러 사정상 당분간은 하기 쉽지 않다고 인식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방송4법 등의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방송4법, 노란봉투법 같은 숙의도 제대로 안 되고 정쟁 요소가 가득한 법을 밀어붙이고 그에 관한 본회의 의사일정 합의를 유도하고 강행하려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원만한 의사일정 협의가 되겠나”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와 관련해서도 “정쟁을 통해 민생법안 관련 논의가 정상적 이뤄지지 못하게 하는 게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추 원내대표는 민생법안 논의의 문은 열어놓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면 당장 오늘이라도 의사일정에 합의할 수 있고 본회의도 개최할 수 있다”며 “이재명 전 대표가 제안한 종부세 개편, 금투세 유예 같은 세제 개편이나 연금개혁 이슈라면 당장이라도 논의에 착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합의를 거부하는 대신 민생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민주당에 협상 결렬 책임을 미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오는 18일과 25일 두 차례 본회의를 열고 쟁점 법안 처리를 계획했으나 여야 합의 불발로 조정이 필요해졌다. 민주당은 방송4법, 노란봉투법, ‘선 구제 후 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특별법,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공약인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집권여당인데 민생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국회의장을 향해 소리 지르고 회의를 방해하고 개원식에는 대통령에게 오지 마시라고 요청해서 무산시키더니 이제는 의사일정 협의도 보이콧하고 있다”며 “18일에 당장 국회법 따라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하도록 우 의장이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방송4법과 전세사기특별법 본회의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 오는 8월부터 방송사 이사진 임기가 끝나는 점, 전세사기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노란봉투법의 경우 민주당이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하며 시동을 걸었다. 다만 국민의힘이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의 안전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하면서 환노위 통과는 미뤄졌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실시하는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날짜도 협상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탈표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재표결을 원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오는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 등 변수를 고려한 재표결 시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채 상병 특검법을) 9일 국회로 보냈다”며 “그런데 아직까지 묵혀놓고 있는데 뭐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요즘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하면서 막장드라마 뺨치는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다”고 지적했다.

협상 결렬에 따라 18일 본회의 개의는 우 의장의 결단 여부에 달렸다. 우 의장은 “원 구성은 됐지만 상임위가 잘 운영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소위원회 구성을 완료하지 못한 데가 13곳, 간사 선임을 못한 곳은 6곳, 첫 회의를 못한 데가 6곳이나 된다고 하니 참으로 국회의장으로서 국민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를 촉구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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