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돌보고 집안일도 다 하라? ‘필리핀 노동자’ 업무협약 보니

김해정 기자 2024. 7.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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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아이 돌봄'뿐만 아니라 동거가족를 위한 가사노동까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거가족을 위한 가사노동의 범위가 모호해, 가사관리사들의 업무 과중이 우려되는데다 가사관리사와 서비스 이용자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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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가족 위한 부수적·가벼운 노동’ 포함
업무범위 모호해 이용자와 갈등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9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아이 돌봄’뿐만 아니라 동거가족를 위한 가사노동까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거가족을 위한 가사노동의 범위가 모호해, 가사관리사들의 업무 과중이 우려되는데다 가사관리사와 서비스 이용자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필리핀 정부간 고용허가제 필리핀 가사관리사 채용 시범사업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아이 목욕·옷 입히기·기저귀 갈기나, 처방된 약 투약, 아이 생활공간 청소, 세탁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업무는 ‘아이돌봄’과 이에 부수된 업무로 볼 수 있지만, ‘동거가족을 위해 부수적이며 가벼운(incidental and light) 가사서비스’도 업무 협약상 가사관리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됐다.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필리핀 4개 노총(FFW, KMU, SENTRO, TUCP)은 민주노총과 함께 성명을 내어 “돌봄과 가사에 요구되는 직무능력은 엄연히 다르다”는 이유로 “시범사업이 포괄하는 직무를 돌봄만으로 분명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모호한 형태로 동거가족에 대한 가사서비스가 업무범위에 포함되면서 이에 따른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관리서비스지부장은 한겨레에 “동거가족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가사서비스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결국 아이돌봄도 가사노동도 다 하라는 소리인데,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가 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어 “서비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주노동자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어려워서, 직무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먀 “취약한 위치의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하게 노동이 강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박해철 의원은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업무범위에 대한 의견차이로 상당한 (가사관리사와 서비스 이용자 사이의) 갈등이 충분히 예상된다”며 “상대적 약자인 이주노동자 입장을 고려하면 인권 침해 및 부당한 노동 강요 문제 등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시민들을 대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신청을 받는다. 만 12살 이하 아동, 출산 예정 임신부가 있는 가정이 대상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다음달 입국하며 4주 간 직무 관련 교육 후 9월 초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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