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감독, '한국과 무승부' 이변 만들고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퇴…만류에도 상호 해지

▲ 2022년 1월부터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판곤 감독이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2년 반 부임 기간 동안 20승 5무 10패의 호성적을 남겼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말레이시아를 이끌고 클린스만호에 충격을 안겼던 김판곤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는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김판곤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대표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김판곤 감독도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적인 사유로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라고 직접 발표했다.

김판곤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지내다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행정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김판곤 감독은 현장 사령탑으로 복귀해서도 단기간 전력을 급상승시키는 힘을 과시했다.

말레이시아를 맡은 김판곤 감독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부임 직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3차 예선에서 2승 1패를 기록하며 43년 만에 자력으로 본선 진출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 초에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에서도 4강까지 올려놓았다.

올해 열린 아시안컵 본선에서 김판곤 매직은 절정을 달렸다. 1무 2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과 3-3으로 비기는 놀라운 결과물을 냈다. 당시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23위, 말레이시아는 130위로 몇 수 아래로 여겨졌는데, 명승부를 펼칠 정도로 전력을 끌어올려 찬사를 받았다.

최근까지도 말레이시아는 아시아 복병으로 평가받았다. 지난달까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오만, 키르기스스탄과 최종 라운드까지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펼치는 힘을 보였다. 비록 조 3위로 밀려 3차예선에 오르지 못했으나 말레이시아가 더는 동남아시아 레벨이 아님을 잘 보여줬다.

2025년까지 말레이시아와 계약되어 있던 김판곤 감독은 "가능한 오래 머물고 싶었다. 대만과 2차예선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여러차례 미팅을 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여정을 가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 팬들의 응원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 저와 대표팀을 성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비록 대표팀은 떠나지만 말레이시아 축구 발전에 기여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말레이시가 2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 진출의 다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하겠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말레이시아축구협회도 "김판곤 감독은 2년 반 동안 아시안컵 본선 진출은 물론 FIFA 랭킹 상승을 이뤄냈다. 그의 사임이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김판곤 감독은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동안 20승 5무 10패의 호성적을 남겼다.

김판곤 감독이 급히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떠나면서 차기 행선지에 관심이 쏠린다. 축구계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한국 A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긴 울산 HD 차기 사량탑으로 김판곤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