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페달' 밟자…매물이 확 줄었다
신고가 속출하자 매수 몰려
서울 매물 8만 건 밑으로
집 보러 가면 몇 팀씩 대기
"금리인하 시기가 변수" 지적도
“집 보러 갔는데 이미 다른 팀이 대기 중이었어요. 계약 날짜를 잡자고 하니까 집주인이 갑자기 매물을 거둬들이더라고요.”
서울 마포구에 사는 회사원 A씨(39)는 최근 강남의 한 아파트를 매입하려다 실패했다. 그는 “하루에도 몇 팀씩 집을 보러 오니까 집주인의 마음이 바뀌었다”며 “기존 아파트가 팔렸는데도 ‘갈아타기’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한 달 새 4000건가량 줄어들 정도로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집값이 상승곡선을 그리자 집주인이 먼저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강남권에 이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8만 건 아래로 떨어진 매물
1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9925건(지난 15일 신고 기준)으로 집계됐다. 3월 11일(7만9822건) 이후 4개월 만에 8만 건을 밑돌았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동안 4만~6만 건 선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초 8만5344건(6월 6일 기준)에 이를 정도로 최근 1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후 매수세 회복 속에 한 달 만에 매물이 5.2%(4461건) 줄어든 것이다.
지역별로는 동작구가 한 달 전보다 12.5% 줄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많은 흑석동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추며 전달보다 500건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흑석동 ‘흑석자이’ 매물은 4월 119건까지 늘었지만, 현재 48건에 불과하다. 총 1772가구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주택형별로 매물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4억2000만원에 손바뀜해 같은 면적 최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면적 매물 호가는 14억~16억원 선이다. 흑석동 A공인 관계자는 “올해 준공 2년 차를 맞아 새 아파트를 찾는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다”며 “집주인이 호가를 한 달 전보다 1억~2억원씩 올렸다”고 말했다.
성북구도 한 달 전과 비교해 매물이 300여 건(9.8%) 감소했다. 마포구(-9.1%), 양천구(-8.5%) 등도 매물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 상왕십리 텐즈힐 매물은 지난달 102건에서 최근 66건으로, 한 달 새 35.3%나 줄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9단지도 매물이 한 달 새 24.1% 감소했다.
매수세 불붙자 “높아도 사자”
거래량이 늘면서 쌓인 매물이 소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지난 15일 기준)은 6177건으로, 2020년 12월(7745건) 이후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후 30일 이내 신고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총거래량이 월 7000건에 육박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강남권에 이어 마용성에서도 최고가를 돌파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 단지가 잇따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금호동4가 ‘서울숲2차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6일 19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2월 기록한 최고가(18억5000만원)보다 7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지난 4일 19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1년 9월 역대 최고가(19억4500만원)에 2500만원 차이로 따라붙었다.
급매물이 소진된 후 가격 상승기에 들어갔고, 서울 외곽 지역마저 올 하반기 전고점에 근접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시장은 정상 매물 소진 후 매물 감소, 가격 상승 등의 수순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과거 흐름으로 볼 때 가격 상승기로 가기 위해 힘을 응축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리는 하반기 최대 변수로 꼽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관세장벽 등으로 물가가 올라갈 수 있다”며 “물가 상승에 따라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심은지/김소현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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