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시작점에 청년들의 도전 있었다"
'청년인문실험' 지원 200명 만나
"문학·사학·철학 등 인문학 강한
젊은 상상력으로 세계 흔들어
실험정신으로 도전 멈추지 말라"
"사람의 특수한 경험을 압축과 상징의 글로 보여준 것이 문학(文), 사람이 걸어왔던 길을 연구하는 것은 사학(史), 사람이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를 묻는 것이 철학(哲)이다. 저 '문사철'을 묶어 인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문은 결국 '사람의 숨결'이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5일 오후 문화역284(옛 서울역사)에서 청년들과 만나 인문학의 의미와 예술 실험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 위원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200명의 청년은 최근 '청년인문실험' 공모에 선정된 이들이다. 청년들은 '문화, 공간, 공동체, 환경, 일상' 등 자유로운 주제로 '기록, 방송, 동아리, 캠페인' 등 자유로운 형태의 '실험'에 지원했다. 독창적으로 고안된 실험을 제안한 100개 팀에 200만원씩 지원금을 주는 프로젝트다. 이 청년들은 따라서 일종의 '자기 한계'를 실험하기 위해 도전한 이들이다.
정 위원장은 '문화예술과 인문으로 답하다'란 제목으로 강연하면서 '순수예술의 필요성'을 먼저 역설했다.
"순수예술은 기초예술"이라고 우선 정의한 정 위원장은 "창작을 통해 상상력을 펼쳐놓으면 그게 문화콘텐츠 산업이 된다. 하지만 순수예술은 지원 없인 자존할 수 없다. 기초예술에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콘텐츠는 대중예술로 재탄생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예술위에 따르면 작년 세계 콩쿠르 우승자는 58명. 이 중 한국이 17%로 압도적이고 중국, 이탈리아, 미국이 공히 9%다. 정 위원장은 "음악, 미술, 영화, 문학 등 거의 전 분야에서 한국의 예술이 그야말로 '장악한' 상태"라면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을 열었는데,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지 싶어 걱정했지만 열고 보니 500명이 대기 중이었다"며 "비엔날레의 수백 개 현지 파티 중 500명이 참석한 전례도 없지만 애덤 와인버그 뉴욕 휘트니미술관장, 마리아 밸쇼 영국 테이트 미술관장, 조각가 앤터니 곰리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관에 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게 지금 이 순간 세계 속에서의 한국의 위치"라고 단언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한류의 현재에 대해서도 정 위원장은 힘줘 말했다.
그는 "오래 전, 중국 조선족에게 한국 가요를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이 있었고, 그게 선풍적 인기를 끌어 결국 중국 현지에서도 콘서트가 열렸고 대히트를 쳤다"며 "그게 '한류 1.0'의 첫 시작이었다면 지금 '한류 3.0'의 시대에는 한국의 문화영향력 순위가 세계 7위(2022년 기준)에 올랐다. 2017년 이후 5년 만에 무려 24단계가 뛴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영향력 순위란 '1위' 이탈리아를 숫자 100으로 두고 2위 프랑스(97.5), 3위 미국(89.7), 4위 스페인(86.4), 5위 일본(80.8) 등으로 지수화한 것이다. 한국은 67.5. 8~10위인 스위스, 아랍에미리트(UAE), 독일을 앞선 숫자다.
정 위원장은 "UAE는 돈으로 세계 미술관을 갖다 짓는데, 한국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도 UAE를 앞섰다"며 "이런 수치와 위상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다 오늘에 이르러 폭발한 결과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를 흔들고 있다. 그 시작점에 예술을 새롭게 실험하고 인문의 의미를 고민했던 여러분과 같은 청년들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그는 "문화콘텐츠 수출액이 1억원이면 그와 유관한 제조업 수출은 1억8000만원으로 1.8배"라며 "영화 '기생충' 덕에 해외에 수출된 '짜파구리'(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생각해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갈등을 조정하는 힘'으로서의 예술에 관한 논의도 잇따랐다.
정 위원장은 "우리에게 예술이란 뭘까"라고 자문하면서 "예술은 서로의 다름을 인지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공통의 관심사를 이끌어낸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은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는 공동 시스템이며, 문화예술 종사자는 갈등을 조정하는 주체"라며 "여러분과 같은 청년들이 다양한 실험으로 문화예술의 내일을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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