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들인 하우스, 엿가락처럼 휘어…"들깨밭이 갯벌 됐다" 눈물[르포]
16일 오전 11시쯤 충남 금산군 추부면 비례리 들깨밭은 폭탄을 맞은 듯 참혹했다. 지난 9~10일 내린 비로 비닐하우스 꼭대기까지 물이 차올랐던 이 마을에 흙탕물이 빠지면서 수해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우스는 철제 파이프가 엿가락처럼 휘어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비닐이 대부분 뜯겨져 나가 처참한 몰골이었다. 떠내려온 질퍽한 흙과 지푸라기 더미가 어지러웠다. 복구 작업을 하던 한 60대 남성은 "밭이 완전히 갯벌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무너진 비닐 아래 들깨 줄기는 땅에 겨우 서 있었다. 줄기는 잎이 다 떨어져나가고 말라비틀어졌다. 아직 덜 시든 들깻잎 위에도 흙이 더덕더덕 붙었다. 농가 주인 서호석씨(61)는 "멀쩡해 보여도 뿌리가 썩으면 아예 못 살린다"며 "추부면에 물이 안 찬 데가 없다"고 말했다.
물 폭탄이 떨어진 지난 10일 새벽 서씨는 밭 옆에 차를 댄 채 호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새벽 3시30분쯤 차에 탄 서씨 무릎쯤까지 빗물이 차올랐다고 한다. 순식간에 물은 허리춤 높이에 도달했다. 서씨가 차를 버리고 들깨밭 주변 고지대로 올라왔을 때쯤 비닐하우스가 잠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에 당일 오전 3시부터 3시간 동안 16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하천과 배수로가 범람하면서 서씨 농가는 직격타를 입었다.
폭우가 내린 지 일주일째 되는 이날까지 제대로 잠든 날이 없었다. 서씨는 벌게진 눈으로 "남은 것은 빚밖에 없다"며 "지난해 9월에 시설하우스 2동에 스마트팜 시설을 갖추면서 1억원 넘게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우스를 들어낸 땅을 작대기로 헤집으며 "여기 있던 작물이 하나도 안 보인다"고 고개를 떨궜다. 최신 시설을 갖추지 않은 시설하우스도 1동을 짓는 데 3000만원이 드는데 3개 동이 무너진 상태였다.
복구 작업은 오롯이 피해 농가의 몫이다. 이곳 농민들은 면사무소나 군청에서 복구 자금이나 인력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인근 마을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복구 작업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직접 비용을 들여 포크레인 작업자를 구했다. 비닐 해체, 철근 절단·폐기 작업도 직접 처리해야 한다.
주저앉은 옆 농가를 두고 볼 수 없었던 이웃 농민 30여명이 복구 작업에 함께 나섰다. 전부 인근에서 깻잎이나 벼를 키우는 60~70대 남성들이다. 이날까지도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에 푹 젖은 작업복을 입은 60대 남성 김모씨는 "우리 하우스도 다 침수됐다"면서도 "(서씨) 농가 피해가 제일 심해서 먼저 도우러 왔다"고 말했다.
충남 금산군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별재난지역은 대형 사고나 자연재해 등으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 대한 복구 지원을 위해 대통령이 선포한다. 전날 충북 영동군, 충남 논산시·서천군, 전북 완주군, 경북 영양군 입암면 등 5곳이 지정됐다.
지난 8일부터 3일간 금산군에는 집중호우로 누적 강우량 301㎜, 시간 최대강우량 84.1㎜의 비가 내렸다. 금산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공공시설(도로, 하천 등)과 사유시설(농작물, 농경지 등) 피해 신고는 총 4773건 접수됐다. 피해액수는 347억여원에 달한다. 집중호우 직후인 지난 12일까지 704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된 이후 4일 동안 이 건수는 6배 이상 늘어났다.
깻잎 주산지인 금산군 전체에 깻잎 재배지도 8.7%(100㏊)가 침수돼 그 여파가 밥상 물가에 반영됐다. 금산 지역에서 공급하는 깻잎 양은 이달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공급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깻잎(100속) 도매가격은 2만3540원으로 7월 상순(1만4245원)보다 65.3% 상승했다.
금천군 관계자는 "오는 20일까지 피해 신고를 입력하는데 건수가 하도 많다 보니까 직원들도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피해 건수와 금액도 계속 증가하고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산(충남)=김미루 기자 mir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카리나, 옷 찢어져 속옷 노출 '아찔'…"고의 아니냐" 팬들 분노 이유 - 머니투데이
- '이범수 이혼소송' 이윤진, 낮엔 호텔·밤엔 번역…"먹고살아야 하니까" - 머니투데이
- '신용불량' 고딩맘 "17살 남친과 임신→이혼…15살 연상과 재혼" - 머니투데이
- 서지오 "이혼 후 밤무대 일…아들, 왜 밤에만 방송국 가냐고" 눈물 - 머니투데이
- 조혜련 "초졸이었던 아들, '재혼' 남편 덕분에 대학교 입학" - 머니투데이
- "사고 내서 미안" "괜찮아"…김호중, 경찰 수사 대비해 '가짜 통화' - 머니투데이
- '평점 1점' 식당서 군인들 밥값 내준 여성…사장이 보인 반전 반응 - 머니투데이
- 하노이에 한국처럼 집 지었더니 "완판"…이번엔 '베트남의 송도' 만든다 - 머니투데이
- '스쿨존'서 70대 운전자 인도로 돌진…보행자 1명 부상·반려견 즉사 - 머니투데이
- '아이 셋·아빠 셋' 고딩엄마…이혼+동거소식에 큰아들 "미쳤나 싶었다"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