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투자 치열한데…한국 기업은 ‘관망’?

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확산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할 클라우드 사용량이 급증한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클라우드 보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모델과 연계한 클라우드 위탁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 보호를 위한 사이버보안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클라우드 사이버보안 스타트업 ‘위즈’(Wiz)를 230억 달러(약 32조원)에 인수하려 추진 중이라고 지난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20년 1월 설립된 위즈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에서 보안 위협 요소를 찾아내 제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미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해당 인수가 성사되면 구글 사상 최고 금액의 인수합병(M&A) 사례가 된다.

데이터 보호를 위한 투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6년까지 약 20조원 이상을 사이버보안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1년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안 스타트업 루브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루브릭은 지난 4월 뉴욕 증시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8억7641만 달러(약 1조2050억원)에 달해 주목받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프레시던스리서치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조사를 보면, 2022년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 규모는 2114억8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2032년까지 6916억4000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주요 클라우드 기업 관계자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클라우드의 보안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 빅테크 기업들이 사이버보안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국내 주요 기업들의 보안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16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사이버보안 관련한 투자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이퍼클로바엑스와 관련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과의 협업은 있지만 사이버보안 분야에선 뚜렷한 투자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카카오 쪽도 한겨레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 인프라 개발 비용에 투자 우선순위가 있다 보니 사이버보안과 관련한 투자 활동 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보안 투자 소식은 최근 유럽연합 등 규제당국이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 이번 구글의 위즈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위즈와 같은 대규모 인수 협상은 최근 규제 당국의 반독점 감시를 받는 알파벳으로선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만약 알파벳과 위즈 간 거래가 성사되면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하고, 반독점 환경으로 스타트업들이 (빅테크와) 인수합병을 꺼리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보기 드문 출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