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낙숫물 소리 한옥 정취… 판소리 풍류에 노포의 낭만까지
오락가락 장맛비에 여정이 틀어지기 일쑤다. 폭우가 아니라면 비 오는 날 더 좋은 감성 여행지도 있다. 서울관광재단이 추천하는, 빗소리 속에 전통 음악이 어우러진 도심 속 장마철 여행지를 소개한다.
옛날 풍경 현대식 감성, 남산골한옥마을 주변
남산골한옥마을은 사대부 가옥부터 서민 가옥, 전통정원까지 옛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1989년 조성된 마을로, 조선시대 생활방식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신분에 맞게 집과 가구를 배치했다. 전통공예 전시관에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남산 북측 자락에 위치해 어디서나 남산타워(N서울타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좋다.
전통정원은 계곡과 연못, 정자 등이 있어 산책하고 쉬기에 좋다. 타임캡슐 광장에는 오늘날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문물 600점을 담은 캡슐을 지하 15m에 수장해 두었다. 1994년에 묻어 2394년 개봉할 예정이다.
체험 거리로 매주 화·수·목 오전 10시와 오후 1시에 ‘남산골 전통예절교실’, 금·토·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남산골 전통체험’이 진행된다. 남산골한옥마을 홈페이지(hanokmaeul.or.kr)에서 상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국악전문공연장인 서울남산국악당도 함께 있다. 전통적 미감을 살리기 위해 한옥 건물을 기반으로 공연장을 지하에 배치했다. 지하 1층에서 연결된 선큰가든 '침상원'은 경복궁 교태전의 느낌을 살렸다. 지하임에도 자연 채광과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이달 19일 오후 8시와 9시에 ‘남산 국악의 밤’, 20일 오후 5시에 ‘정주리의 일구월심, 무색하다’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한옥카페 달강에서는 탁 트인 마당과 국악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식 정원이 보인다. 처마 밑이나 건너편 한옥 마루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비 오는 날 풍경과 한옥에서 떨어지는 빗소리가 그만이다.
한옥마을에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볼거리가 풍성하다. 남산은 역사의 영욕이 중첩된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의 경성신사, 노기신사, 조선신궁, 경성호국신사 등 곳곳에 신사 터가 남아 있다. 남산광장에는 김구, 둘레길에는 유관순, 안중근, 이준 등 일제에 항거한 애국지사 동상이 있다.
인근 인현시장엔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켜온 맛집이 많다. ‘충무로구룡포’는 30년 전통의 육전, 육회탕탕이로 이름난 식당이고, ‘통나무집’은 그날그날 내는 '주인마음대로세트'가 인기다. 속칭 ‘이모카세’에는 편육부터 전, 꼬막 등이 포함돼 애주가라면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집이다. ‘진미네’는 감칠맛 나는 병어조림 전문이다.
풍악소리 들릴까, 돈화문국악당 주변
종묘와 창덕궁 사이 도로변에 돈화문국악당이 있다. 한옥과 현대 건축양식을 혼합한 140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 야외 공연장인 국악마당, 연습과 세미나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갖췄다.
공연장에서는 풍류음악, 산조, 판소리 등 전통음악과 창작 국악 공연이 열린다. 입장료가 대부분 무료이거나 2만 원 이하로 저렴한 편이다. 이달 17일 오후 7시 30분 ‘2024 일무일악’, 20일 오후 4시 ‘이방인의 낯선 노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한옥카페 ‘기억’이 국악당과 붙어 있다. 도로 건너 창덕궁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비 오는 날이면 처마에 떨어지는 낙숫물이 운치를 더한다.
도보 2분 거리에 국내 최초 민요전문박물관인 우리소리박물관이 있다. 전국 904개 마을 2만여 명에게 채록한 우리 소리를 무료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인 담긴 민요를 비롯해 책 속의 노래, 나만의 노래엽서, 노래퍼즐 등 아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다양한 놀이를 제공한다.
인근 ‘창경궁 담장길’이 90년 만에 복원됐다.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도심 속 궁궐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1932년 일제가 종묘관통도로(율곡로)를 개설하며 종묘와 창덕궁을 갈라놓았는데, 근래에 율곡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축구장보다 넓은 녹지를 조성해 단절된 공간을 이었다. 인근 계동에는 다양한 한옥스테이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비짓서울-서울 스테이’(stay.visitseoul.net)에서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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