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라인’ 지나도 전공의 “무응답”…수련병원들은 사직서 수리 제각각 처리할 듯

최서은 기자 2024. 7.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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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의료원이 진료 축소에 들어간 12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한수빈기자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처리를 요구한 시한인 15일이 지났지만, 전공의들은 대부분 복귀하지 않고 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둔 주요 수련병원들은 조만간 사직처리를 완료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직서 수리 시점은 병원별로 제각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부와 의료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 이후에도 복귀나 사직 의사를 표한 전공의들의 숫자는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수련병원들에서 전공의들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복귀자 수는 한 자릿수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복귀자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97~98% 전공의들이 미응답 상태”라고 전했다.

대다수의 수련병원들은 아직 복귀자 숫자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고, 보건복지부 역시 내일까지 보고를 받아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의료계와 정부 모두 복귀자 수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6’ 병원 중 삼성서울병원은 전체 전공의 536명 중 7명이 복귀한다고 응답했고, 고려대안암병원은 1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고려대 의대 측은 아직 명확히 조사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어제 (복귀·사직 처리가) 마감됐고, 내일 보고받기로 돼 있다”며 “정확히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많은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9월 수련에 돌아오면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번 복귀·사직 결과를 보고 전공의들을 더 설득하고 전공의들이 관심을 갖는 가시적인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복귀 데드라인이었던 전날 낮 기준 전체 211개 수련병원, 1만3756명 전공의 중 출근자 수는 1155명(8.4%)에 불과했다. 지난 12일보다 44명 늘어난 수치다. 레지던트 사직율 역시 1만506명 중 86명(0.82%)로, 3일 전보다 25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일괄 처리하는 방안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들에 15일까지 미복귀한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모두 수리하라고 거듭 요구했으나, 병원 내부에서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사직서 일괄 수리에 대한 내부 반발이 매우 크다”며 “내일 각 병원에서 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일괄 수리 등 사직서 처리에 대해서는 결정이 안된 것 같다”고 했다.

사직서 수리 시점은 병원마다 다르게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4일 이후부터 가능하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전공의들은 2월29일자로 사직서를 수리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빅6 병원들이 사직 처리는 오늘 중으로 완료한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다만 수리 시점은 병원마다 다르고, 유동적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일부 병원들은 사직서 처리를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은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서울대병원 내과의 사직 전공의들은 최근 ‘존경하는 내과 교수님들께’라는 편지를 쓰고 “저희는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6월 이후의 사직처리에 대해 무대응을 유지하고, 설령 정부와 병원에서 강제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더라도 정부의 전향적 입장 변화 없이는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월 이후의 사직 처리와 가을턴 공고는 전공의들을 분열시켜 임시방편으로 의료붕괴를 막고 과거의 낡고 병든 의료체계로 회귀하려는 수습용 계책일 뿐”이라면서 “2월 사직서를 6월로 처리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지기 싫다면 돌아오라는 1차 협박이나 다름없으며, 가을턴을 모집한다는 것은 기존 전공의들에게 본인 자리를 뺏기기 싫다면 복귀하라는 2차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통해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중대본 모두발언에서 “의료개혁은 왜곡된 의료체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갖고 의료개혁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포함해 과감한 투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공의 복귀 여부와 상관 없이 서울 ‘빅5’ 병원을 포함한 수련병원들은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대체할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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