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애초 네이버 도울 생각 없었나? 자본관계 재검토하라는 일 총무성에 이유 안물어

이재호 기자 2024. 7. 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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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보안 사고에는 없던 이례적 내용인데도…외교부 "큰 비중 아니어서 굳이 묻지 않았다"

일본 총무성이 보안 사고를 이유로 한국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의 합자회사인 라인야후에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던 것과 관련, 정부는 일본과 협의에서 총무성이 왜 이런 행정지도를 내렸는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의 총무성이 지난 3,4월 라인야후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와 자본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지시를 내렸는데, 이 지시가 나온 이유를 일본 측에 물어봤냐는 질문에 "굳이 이쪽(한국)에서 왜 이걸 언급했냐는 것까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만약 일본 측이 거기(자본관계 재검토)에 비중을 두고 뉘앙스나 의사를 밝혔으면 당연히 그랬겠지만, 큰 비중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교채널을 통해 (일본) 총무성과 접촉할 때마다 (일본 측은) 보안 대책이 최우선이고 그에 대한 여러 대안 중 자본관계 재검토를 예시로 들었을 뿐이며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서 보안 강화의 취지로 다른 기업에 대해 행정지도를 했을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자본관계 재검토' 사례가 유독 라인야후에 내린 행정지도에만 명시된 데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총무성에서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총무대신(총무상)은 자본관계 재검토는 여러 대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다며 "총무성 입장에 대해 저희가 추가적으로 말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가 운영하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 라인에 대한 해킹으로 인해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이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 측에 있다면서 두 차례 행정지도에서 자본관계 재검토를 언급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다른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는 자본관계 재검토 등을 명시한 적이 없다. 지난해 10월 일본의 통신 사업자 중 하나인 NTT니시일본에서 982만 건의 사용자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부터 10년 간 회사 시스템의 위탁 업체이자 그룹 관계사에 소속된 파견 사원이 개인 정보를 외부에 넘겼던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 검찰은 파견 사원을 기소했고 총무성은 지난 2월 재발 방지를 마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두 달 동안 51만 건이 유출됐던 라인야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출 사건이었지만, 총무성은 이들에 대해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하거나 압박하지 않았다.

또 지난 2021년 일본에서 약 42만 명의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해당 기업인 메타에 지배구조를 문제 삼지 않았었다.

실제 일본 총무성 측이 라인야후에 자본관계 재검토 사례가 포함된 행정지도를 내렸을 때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5월 3일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정부가 일본 총무성의 자본관계 재검토가 포함된 행정지도가 나온 배경에 대해 일본 측에 묻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애초부터 한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적극적 개입을 망설였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라인야후 지분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4월 29일 외교부 당국자는 "일단 제일 중요한 건 회사 당사자인 네이버의 입장 확인"이라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 있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이 당국자는 이 사안에 대해 일본 측과 소통하지 않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일본 측과 소통할 예정"이라며 "전체적으로 경제 관련 일반적 사안에 대해 양국 간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5월 9일 라인야후의 경영진이 교체됐는데 정부가 대응해야 할 상황이 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외교부는 "네이버의 입장과 요청을 전적으로 존중해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기존과 동일한 답을 내놨다.

정부가 한국 기업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5월 13일이 되어서야 대통령실은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적절한 정보 보안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는 다소 진전된 입장을 내놨다.

한편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를 사실상 철회했다는 15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일본 총무대신은 라인야후가 제출한 대책보고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자본 관계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그간 일본 정부는 이용자 보호 관점에서 여러 가지 보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행정지도를 실시한 것이고, 자본 관계 재검토는 하나의 예시라는 취지로 설명해온 바 있다"며 "정부는 라인야후 행정지도와 관련하여 그간 다양한 외교 경로로 일본 측과 각급에서 소통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의 해외 사업과 투자와 관련하여 부당한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우리 기업들이 어떠한 불리한 처분이나 외부의 압력 없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일 라인야후는 총무성에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통신은 라인야후가 해당 보고서에서 네이버와 네트워크 분리를 애초보다 9개월 앞당긴 2026년 3월까지 완료하고 네이버 및 네이버클라우드 위탁 업무도 내년까지 시행한 뒤 종료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본관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단기간에 이를 조정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야후는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합자해 설립한 A홀딩스가 지분의 64.5%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 대해 2일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총무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라인야후 운영과 관련 "철저한 재발 방지, 이용자 이익을 확실히 보호한다는 관점으로부터 (라인야후가 제출한 보고서 내용을) 정밀 조사해 필요가 있으면 새로운 대응을 취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한 바 있다.

새로운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는 총무상의 입장은 라인야후가 일본 총무성에 보고서를 제출한 뒤 정기적으로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보고서에 시스템상에서의 네이버와 분리 기한을 명시하고 있어 이후 자본관계를 비롯해 라인야후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상태다.

하지만 소프트뱅크가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 시스템 상 분리 기한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의 자본관계를 재검토할 실리나 명분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라인야후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배구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를 출자해 A홀딩스를 설립했고, A 홀딩스는 라인야후의 64.5% 지분을 가지고 있다. 또 라인야후는 일본의 선지급 결제시스템인 페이페이(PayPay)의 지분 34.9%, 일본 온라인 의류시장 플랫폼 ZOZO의 지분 51%, 사무용품 등의 전자상거래 전문기업 ASKUL의 지분 45%를 가지고 있다. ⓒ프레시안(이재호)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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