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키웠는데 다 썩어" 인삼밭이 쑥대밭…야속한 비는 또 때린다[르포]
"인삼밭 사이로 도랑이 생겼다니까."
"물에 잠긴 물품들 말리려고 밖에 내놨는데 또 큰비가 왔다 간 난리 나는 거지 뭐."
충남 금산군 진산면에서 6년째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오모씨(68·남)는 16일 오후 진흙밭이 된 550평(약 1818㎡)규모 인삼밭을 정리하다 한숨을 쉬었다. 6년간 키워 올 추석에 출하할 예정이었던 인삼이 모두 썩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육군 제32사단 장병들이 대민지원을 나와 오씨의 밭에서 진흙에 뒤엉킨 검은 차광막과 지지대를 밭속에서 뽑아냈다. 복구가 끝나려면 한참 남았지만 이날 오후2시부턴 강한 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장병들이 철수했다. 오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복구작업을 마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군 장병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를 만큼 고맙다"고 했다.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내린 강한 비로 충남 금산의 인삼재배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다. 인삼은 재배기간이 길고 한번 침수되면 사흘안에 썩는 특성 탓에 다른 작물보다 피해가 더 큰 상황이다.
10일 새벽 무렵 오씨의 밭은 침수되기 시작됐다. 오씨는 하천 둑이 무너지면서 인삼밭 사이로 도랑이 생기는 걸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봐야만 했다. 이날 금산의 시간당 강수량은 200년에 한 번 나타나는 수준이었다.
오씨는 "아주머니들과 밭에서 건질 수 있는 인삼을 건져서 선별작업 후에 오전에 금삼수삼센터 도매장에 가서 팔아보려 했는데 도매상들이 안 산다고 했다"며 "수분이 너무 많아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오씨는 "당분간 침수 피해를 인삼밭에서 선별 작업을 거친 인삼이 출하될 것"이라며 "수분을 많이 포함해 보관이 쉽지 않은 상품이라 싼값에 처리되면서 인삼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했다.
금산군 부암1리에서 10년째 인삼농사를 하는 이모씨(72·남)도 "3500평(약 1만1570㎡) 규모 인삼밭이 전부 침수됐다"며 "6년근 인삼밭이 1000평이나 됐다"고 했다.
이씨 밭은 부암리를 가로질러 흐르는 삼가천 제방과 가까이 있다. 복구인력이 없어 진흙밭이 된 인삼밭을 며칠간 그대로 뒀다. 이씨는 "밭도 임대해서 쓰고 있는데 농사는 망쳤어도 밭은 치워줘야 한다"고 했다. 이씨 밭에 투입된 장병들 역시 비 예보에 따라 철수했다.
금산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금산구에서 507농가에서 945필지(약 155만862㎡)의 인삼밭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금산구청 관계자는 "인삼밭 전체가 침수된 것인지 일부가 침수된 것인지 현장 확인을 거쳐야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숙박업소와 농막 등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김점분씨(64·여)는 남편 이경구씨(66)와 은퇴 후 부암1리에 농막을 지었다. 비닐 하우스1동과 400평(약 1322㎡) 규모 밭도 가꿨다. 김씨 부부의 농막과 하우스는 이번 침수로 진흙밭이 됐다. 농막과 하우스의 흔적도 찾기 어려웠다.
김씨는 "퇴직 후 삶의 터전이었던 농막과 비닐하우스가 쓸려 내려갔다"며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도 없고 자원봉사자도 없어서 복구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했다.
부암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박두진씨(60·남)는 "강물이 도로를 넘어 쓰나미처럼 밀려 들어왔다"며 "지하 1층에는 50㎝ 높이로 뻘이 쌓였다"고 했다. 그는 "침수 당시에는 비가 계속 온다는 예보를 보고 심상치 않아서 투숙객을 받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이번주말 투숙객을 받고자 복구 작업을 하고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이 개인 시설까지 투입되기에는 역부족이라 지인들이 와서 물에 잠긴 기계들을 밖으로 꺼내 씻어 말리고 있다"며 "비가 또 많이 온다고 해서 이제 안에 들여다 놔야하는데 건조가 될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안창성 부암1리 이장은 "부암리는 농경지 피해가 심각하다"며 "현재 포크레인 5대를 면에서 지원받아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금산군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52세대 96명의 이재민이 자택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1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충남북부와 충북북부에 많은 곳은 120㎜이상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금산(충남)=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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