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결심 당일 ‘법관기피 신청’-무단 퇴정까지…충북동지회 등 재판 줄줄이 지연

송유근 기자 2024. 7. 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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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간첩단('ㅎㄱㅎ') 등 국가안보법 위반 사건 재판 6건(21명 기소) 중 5건이 1심 재판만 1년 2개월 이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모 씨 등은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1심에서 5차례에 걸쳐 법관 기피 신청을 해 9개월 동안 재판이 지연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이송된 자통민중전위 사건의 경우에도 피고인들의 △관할 이전 신청 △재판부 기피신청 및 고발 등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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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6건 중 1심 선고 고작 한 건
구속기소된 17명, 1심 재판 중 전원 석방되기도

제주간첩단(‘ㅎㄱㅎ’) 등 국가안보법 위반 사건 재판 6건(21명 기소) 중 5건이 1심 재판만 1년 2개월 이상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심이 진행 중인 나머지 1건(충북동지회 사건)도 1심 선고만 2년 5개월이 걸렸고, 항소심 역시 지연되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6건의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17명은 1심 재판 중 한때 전원 석방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 지령을 받아 이적단체 ‘ㅎㄱㅎ’를 결성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모 씨 등은 이달 15일 재판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피 신청을 하면 인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재판은 한동안 중단된다. 이들은 앞선 재판에선 북한 공작원과 캄보디아에서 접선한 관련 동영상 등이 증거로 제출되자 “증거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정을 무단으로 퇴정하기도 했다. 재판이 지연되면서 현재 1심만 1년 3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같은 재판지연은 재판 시작 시점부터 이어져왔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고 씨 등은 자신들이 구속기소된 직후인 지난해 4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재판이 중단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같은해 6월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이 나자 고 씨 등은 항고를 나섰고, 고 씨와 박 씨의 변호인 역시 “기록을 아직 다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진술을 연기하고 수사기록 전체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첫 걸음마부터 늦어지면서 이들에 대한 재판은 기소 9개월만인 올 1월 말 처음 시작됐다.

대전고법 전경. 뉴시스
대전고법이 항소심을 심리하는 충북동지회 사건에선 결심 재판이 열린 이달 4일 피고인들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박모 씨 등은 2021년 9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1심에서 5차례에 걸쳐 법관 기피 신청을 해 9개월 동안 재판이 지연된 바 있다. 올 2월 883일 만에야 1심이 선고됐지만, 항소심도 다시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 침투 간첩단’ 재판이 진행되는 수원지법에선 올 3월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을 믿을 수 없다”는 피고인 측 항변을 담은 형사사법공조요청 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이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으로부터 피고인 석모 씨와 북한 공작원의 비밀회동 내용 등을 회신받았는데, 변호인들이 “공문이 진짜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동에 나선 것이다. 이 사건 역시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캄보디아에서 회신이 도착할때까지 재판이 공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특히 각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면서 기소 당시 구속상태였던 각 사건의 피고인 17명은 1심 재판 도중 구속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한때 전원 석방됐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이송된 자통민중전위 사건의 경우에도 피고인들의 △관할 이전 신청 △재판부 기피신청 및 고발 등이 반복됐다. 다만 법조계에선 자통 사건의 경우, 재판 지연과 별개로 사건 자체를 ‘창원지법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사건을 재이송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올 4월 창원지법으로 사건을 이송할 당시 “형사소송법에 따라 (창원지법에서) 집중심리 도모를 위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했는데, 정작 창원지법에는 형사합의 재판부가 2개 뿐이라 집중심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찰 입장에서도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들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창원에 내려가면서 행정력 낭비가 심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송 한 달만인 5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사건을 중앙지법으로 재이송해달라고 요청하는 의견서를 창원지법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 지연 현상을 막으려면 법원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형사소송법 20조는 기피신청이 소송의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할 경우 법원(또는 법관)의 결정으로 이를 기각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법원 등이 단호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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