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봉준호·박찬욱이?…野, 이진숙 청문회에 문화예술인들 출석요구

[the300] 국회 과방위,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에 이동관·원세훈 등 증인 채택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잠석해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받은데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해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오는 24~25일 열릴 예정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영화감독 봉준호·박찬욱 씨 등 문화예술인들을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증인·참고인 채택이 이뤄지자 "후보자 공직 검증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 보복과 연예인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과방위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4~25일 이틀간 열기로 했다. 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27명, 참고인으로 46명을 채택하며 인사청문회 출석을 요구하기로 했다.

민주당이 제출한 증인 명단을 살펴보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재철 전 MBC 사장 등이 포함돼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출한 증인들이 "민주당에 상당히 미운털이 박혔던 사람들"이라며 의도적으로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제출된 증인 명단을 보면) 대개 민주당에서 상당히 비판적으로 보셨던 분들"이라며 "불출석하면 박민 KBS 사장처럼 고발하기 위해 일부러 증인으로 불쑥 불러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민주당 등 야당은 영화감독 봉준호·박찬욱·류승완·김성수·양우석·윤제균·최동훈, 배우 정우성·문소리·권해효, 방송인 소유진·김제동·문소리·김미화·강성범, 가수 설운도·안치환 씨 등을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K-콘텐츠를 생산해낸 영화예술계 인사들을 좌파·우파 영화, 좌파·우파 연예인으로 갈라치기 했기 때문에 그분들의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7.16.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을 표결에 부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퇴장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을 규탄했다.

최 의원은 "유례없이 야당 단독으로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이틀간 열기로 강행 표결하고 후보자 공직 검증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적 보복과 연예인 편 가르기용으로 참고인 및 증인을 채택했다"며 "명단을 보니 방통위원장 후보 검증과 직접 관련도 없는 이름으로 가득 차 있다. 민주당이 그동안 비판해온 인사들은 모조리 증인으로 소환해놓고 나중에 증인 불출석죄로 고발해서 정치적 보복을 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어 "참고인으로 부르겠다고 밝힌 명단을 보니 유명 연예인들로 가득 찼다"며 "이 후보자가 한 특강에서 거명했다는 이유로 아무 관련도 없는 유명 연예인들을 국회에 집단으로 갑자기 부른다는 건 국회의 월권이자 오만이다. 민주당이 채택한 참고인 명단을 보면 국민들이 혀를 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이날 과방위가 참고인으로 채택한 문화예술인들이 이 후보 인사청문회에 출석할지 여부는 미정이다. 참고인은 증인과 달리 출석 의무가 없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이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진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전례 없다"며 야당을 비판했다.

최 의원은 통상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이틀 한 전례가 없다. 했더라도 여야 합의로 한 것"이라며 "24일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치는 것이 국회법에서 정한 절차임에도 25일에 마친다는 건 고의로 인사청문 절차를 지연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총리나 대법원장 후보자가 아닌 장관이나 장관급 후보자를 상대로 이틀에 걸쳐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동안 국회는 통상 장관이나 장관급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루씩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왔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배한님 기자 bhn2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