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요구, 아동학대 안 되게···' '서이초 특별법'으로 달라질 것들

이승주 기자, 김성은 기자 2024. 7. 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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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1주기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묵념하고 있다. 추모공간은 서울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옆이며 오전 9시부터 20일 오후 6시까지다. 2024.07.15.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당론 추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서이초 특별법 패키지'의 핵심 중 하나는 교사로 하여금 정상적 생활 지도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자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교권 보호와 관련해 현장에서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들이 나온다.

백승아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대표발의한 '서이초 특별법 패키지'에는 △아동복지법 개정안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각각은 교사가 교육활동, 수업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본질업무'를 법에 규정하고 긴급한 상황시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에 더해 백 의원은 교원지위향상 특별법 개정안도 추가 발의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이는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경우 교육감이 교원에 대해 충분히 법률적 보호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피해를 입는 교원을 보호·조사·지원하기 위해 교육청에 '교육활동보호조사관' 제도를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세부 조정과 추가 논의를 거쳐 서이초 특별법 패키지를 당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당론 추진시 민주당 의원들이 현재 교육위 뿐만 아니라 전체 국회에서도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2년차 교사가 평소 악성 민원과 업무 과정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된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으면서 지난해 9월 교권보호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당시 개정안은 처음으로 '학부모가 학교와 교사 및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교의 업무에 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주목받았었다.

이밖에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을 공무집행방해·무고죄를 포함한 악성민원까지 확대하고 교원이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해제를 금지하고 관련 조사·수사시 교육감 의견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교권보호 4법이 통과된지 10개월이 지났지만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이 유·초·중·고 교원 426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이초 교사의 죽음이 남긴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1.6%만이 "교권보호 제도 개선에 기여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고민정, 정을호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이초특별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7.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백승아 의원도 "이전에 개정된 법안들은 주로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며 "아동학대 신고시 교사가 학급과 바로 분리되는 것에서 아동학대의 판단이 내려진 다음에 학급과 분리조치되는 것으로 변경된 게 그나마 유의미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빼면 현장에서 변화를 거의 체감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패키지 법안은 예산부터 조사관 도입, 교육청 역할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아 현실에서 실현이 가능한 내용들을 넣은 것이 특징"이라며 "교사들이 패키지 법안 통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입법예고 후 온라인에 달린 의견들만 1만6000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패키지 법안의 주안점 중 하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통해 정서적 아동학대의 범위를 좀 더 명확하게 규정토록 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에어컨을 안 틀어준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기도 한다.

백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정서적 학대행위를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참고해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적·일회적'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판단되는 행위로 구체화했다"며 "정당한 학생생활지도를 포함한 사회 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지도 행위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아님을 명시토록해 정당한 교육과 지도가 무분별한 아동학대로 인식되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 간 다툼을 중재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과를 요구하자 학부모로부터 '사과를 강요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해당 교사가 검찰에 송치되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와 전북교사노조, 전북교총 등 단체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발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서울교육대학교 718교권회복연구센터에 의뢰해 지난 3~7일 서울 초등학교 교사 8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들은 직무스트레스와 관련해 '내가 행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는데 5점 만점에 평균 4.58점을 매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문제행동이 심한 학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4.43점),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동기 결여는 수업에 방해된다'(4.24점) 등 응답순으로 점수가 높았다.

백 의원실 관계자는 "정상적인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특히 정서적 아동 학대 고소로 이어져 교사들이 위축돼 제대로 된 지도를 못하고 있다"며 "학생을 위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보복성 아동 학대 신고와 민원을 당하지 않도록 선생님을 보호하고 선생님을 때리거나 수업방해 학생을 제지,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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