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남쪽 국경지대 철군 비밀리에 논의 중”···휴전협상 탄력 받을까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접한 가자지구 남쪽 국경지대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방안을 이집트 정부와 비밀리에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복수의 이스라엘 관리와 고위급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Philadelphi corridor)’에서 철군하는 방안을 은밀히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국경지대 철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상의 조건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실제 철군이 이뤄지면 이집트 등 주변국이 중재 중인 휴전협상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단행하며 지난 5월 초 라파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같은 달 말 필라델피 회랑을 완전히 점령, 이집트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국경지대에서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증강한 것은 1979년 양국이 체결한 평화협정 위반이라고 반발해 왔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5301613001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을 따라 나 있는 길이 14㎞의 완충지대다. 이스라엘은 이곳을 점령한 후 하마스가 이집트에서 무기를 밀수하기 위해 파놓은 땅굴과 무기고 등을 다수 발견해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이 2007년 가자지구에 대한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시작하면서 국경지대에는 수많은 밀수 땅굴들이 생겨났다. 하마스는 땅굴을 파 무기와 보급품을 밀수했고, 17년간 봉쇄 정책에 시달려온 가자지구 주민들도 가축부터 공산품, 각종 자재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품을 이 땅굴을 통해 들여왔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밀수를 막겠다며 땅굴을 파괴하는 작전을 수년간 벌여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2일 성명에서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국경지대에서 철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내 극우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철군 가능성과 협상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물밑으론 협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급 특사들은 비공개 협상에서 이집트가 무기 밀수를 방지하는 조치에 협조할 경우 이스라엘군이 철수할 의향이 있다고 시사했다. 구체적으로 땅굴을 파는 시도를 포착할 수 있는 전자 센서와 지하 방벽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총리와 날을 세워온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특정한 조건이 마련된다면 이스라엘군이 국경지대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이집트와 카타르, 미국의 중재로 휴전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내주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집권당인 파타를 베이징에 초청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각각 거점으로 삼아 오랫동안 권력 쟁탈전을 벌여온 두 세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중재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이 중동지역 내 영향력을 확장하고 국제사회에서 ‘평화 중재자’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NYT는 짚었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에도 양측을 베이징에 초청해 회의를 주선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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