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 토종기업 위축·후퇴 초래"

김미경 2024. 7. 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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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업 관련 세미나 열려
국내 기업 역차별 가중 예상
이용자 긍정효과 근거 부족도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사)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정책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국내 디지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온라인 플랫폼 경쟁촉진 법안(이하 온플법)이 제정되면 토종기업들의 위축과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 역차별이 가중될 수 있는 반면, 이용자 후생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국회도서관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정책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국내 디지털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정책 과제 세미나' 기조발제에서 "어떠한 국가의 지원도 받은 바 없고, 시장진입마저도 자유로운 부가통신사업자에 단지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의무를 지우는 것은 이들 사업자에게 '특별한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및 영업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회나 정부가 추진하려는 디지털산업 관련 법안들은 비록 명분은 '이용자 후생 증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이용자 후생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지는 실증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내 산업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규제 목적과 철학 없이 규제부터 우선 하고 보자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온플법을 추진할 경우 국내 토종 플랫폼들이 쇠퇴할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종속성이 커질 수 밖에 없어, 국내 이용자들이나 중소 사업자, 중소상공인들 모두 불리한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수수료 측면에서 살펴보면 그나마 국내에 토종 플랫폼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플랫폼 수수료를 현행 수준으로 받는 경향도 있다"며 "구독료를 계속 올리는 넷플릭스나 수수료율을 올리는 구글, 애플 등 앱스토어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토종 플랫폼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디지털산업 관련 규제 법안들을 살펴본 결과 법적용 대상 범위 설정이 매우 자의적인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디지털산업의 특성상 이용자 숫가가 많다고 해서 규제가 필요할 정도로 시장지배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매출액 중 해당 법률상 금지행위 위반에 따른 매출액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법적용의 대상을 규정하는 것부터 현실과 맞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디지털 산업 특성상 글로벌 기업에 대한 법집행력을 담보하는 것이 곤란해 국내 기업 역차별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지금도 이러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공공성을 부여하고 사회적 의무에 반하는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는 '사전규제' 체계를 도입하는 법안은 △규제 효과성에 대한 의구심 △집행력 담보 수단의 미비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성 △사전규제의 위험성 등 구조적·본질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22년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및 카카오·네이버 등 서비스 장애사고 발생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을 개정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요 부가통신사업자 및 주요 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통신재난 관리체계' 수립·운영 대상 사업자에 포함시킨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부가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등과 유사한 수준의 '공공성'이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등은 △특허사업자 △공공서비스 제공 △'허가' 또는 '승인' 규정 등의 특징이 있는 반면 부가통신사업자는 누구나 시장진입이 자유로운 '등록 사업자'인데, 등록 사업자에게 특허 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법리상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사전규제는 구체적 현상 발생 전에 미리 예방적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규제 요건을 설정하는 방식이므로 사후규제에 비해 추상적·불확정적 요건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구조적으로 명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사전규제는 불확실성, 자의적 규제권 발동 위험성, 시장 경직성, 과잉규제 위험성 등으로 인해 종국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저하하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토론자로 나선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 현실을 면밀히 분석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성욱준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디지털 산업 경쟁력 제고나 이용자 후생에 있어 필요한 것은 경쟁을 촉진하는 사전규제가 아니라 새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서비스들이 시장에 진출해 기존 산업 분야 행위자들과 경쟁하게 해주는 탈규제 방식 혹은 시장 친화적 규제 접근"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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