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일병 구하기` SK이노, CIC 방식 합병 검토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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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인 배터리 제조사 SK온의 안정적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SK E&S과의 합병 여부를 17일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 산하에 E&S 사업부를 두는 수직 통합이 아닌 수평적 CIC(사내독립기업) 체제를 택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이는 연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차세대 수소에너지 육성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SK E&S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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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안을 확정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아래 SK E&S를 두는 수직 통합이 아닌 수평적 통합 방식인 CIC(사내독립기업) 체제가 유력하다. SK E&S의 본원적 경쟁력인 현금 창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오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에 대해 논의한다. 합병 방식은 양사의 기존 사업 조직과 운영방식을 독립적으로 유지하는 CIC 체제로 가닥을 잡았다.
CIC 체제로 결정한 이유는 합병의 목적인 'SK온 살리기'를 위해서는 SK E&S의 본원적 경쟁력인 현금창출 능력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알려졌다. SK E&S는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이래 작년에도 2년 연속 매출 11조원 이상,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한 SK그룹 내 '알짜회사'다.
합병 후 SK E&S의 기존 사업들이 문제 없이 그대로 운영되면서 현금 창출을 지속하는 것이 핵심인데 CIC의 독립성과 유연성 등의 특징이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만약 합병 과정에서 기존 SK E&S의 수익 구조가 악화될 경우 SK온을 비롯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업들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SK E&S의 현금창출 능력을 원활하게 활용해 그룹 미래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며 "그런데 합병 후 기존에 잘 굴러가던 SK E&S의 사업 구조가 흔들리게 되면 사업구조 재편을 한 의미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SK E&S의 기존 포트폴리오가 흔들리지 않도록 본원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이 여러 CIC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노하우가 있는 점도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가 실질적인 지배구조 정점이었던 SK C&C와 합병할 당시 CIC 방식을 택했고 그 결과 지금도 사업형 지주회사의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주요 사업 부문이 다른 것도 CIC 체제가 가능한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제품, 화학제품, 배터리 등을 주로 다룬다. 반면 SK E&S는 LNG, 수소,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의 차별성 덕분에 수평적 통합 방식으로 각 사의 본원적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화석연료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을 통해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그룹 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양사간 합병 비율 산정이 관건이다.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방법에 따라 주주간 희비가 엇갈리 수 있다. 자산 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SK이노베이션의 자산 규모는 86조원인 반면 SK E&S는 19조원 수준으로 약 4배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약 1조9000억원이며, SK E&S는 약 1조3000억원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
반면 이날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약 10조8373억원이다. SK E&S는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게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할 당시 기업가치가 24조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국회 청원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1일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을 구제해주십시오' 청원이 등장했다. 소관 상임위 회부 조건에는 미충족하지만 청원 이틀 만에 100명이 동의했다.
이 청원은 "현재 상장기업 sk이노베이션의 주가를 일부러 저평가시킨 후에 SK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기업인 SK E&S의 기업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여 SK이노베이션 주식을 가진 소액 주주들이 너무나도 큰 피해를 본다"고 호소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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